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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시재 e-핸드북] 이스라엘의 나스닥 점령 비결: 탈피오트 대해부

윤종록 (여시재 특별연구원·전 미래창조과학부 차관)

2020.09.03

이스라엘 정신의 정수 17가지

여시재는 ‘e-핸드북’을 제작하고 있다. 특정 이슈에 대한 종합적 지식, 간편한 지식 제공을 목표로 한다. 그동안 ‘디지털이 미래다’ ‘질병과 의료에 대한 쉬운 지식’ ‘新산업’ 등을 소재로 세상의 흐름, 기술과 산업의 현재와 미래 등을 다뤄왔다.

이번에는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은 1948년 건국 이후부터 숙명적인 지정학적·정치적 어려움 속에서도 최고의 창업국가로 거듭났다. 팔레스타인과 이란을 비롯한 중동 국가들과의 전쟁과 갈등에 대해서는 견해가 다양할 수 있다. 이것을 다루자는 것이 아니다. 이스라엘이 어떤 힘을 바탕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기술국가, 창업국가가 되었는지 그 저변을 돌아본다. 한국의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도 많겠지만 큰 시사점을 제공할 것이다.

※ e-핸드북 전문은 아래 첨부파일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탈피오트 출신이 창업한 기업들
나스닥에서 미국보다 많았다

이스라엘은 과학·기술 중시가 국가 정신의 골수에 자리잡은 나라다. 1948년 건국하기 36년 전인 1912년 과학기술 전문 테크니온 대학부터 먼저 세웠다. 근육국가에서 지식국가로의 본격적 전환은 1973년 욤키푸르 전쟁(4차 중동전쟁) 패배를 계기로 일어났다. 그 핵심에 탈피오트가 있었다.

탈피오트는 ‘이 정도면 됐어’가 아니라 끝까지 파고들어 최고의 경지에 오른다는 의미의 히브리어다. ‘탑의 꼭대기’에 해당한다. 이스라엘은 욤키푸르 전쟁 패전 6년 후인 1979년 ‘탈피오트 부대’를 창설했다. 국민개병제인 이 나라에서 최고의 인재 50명을 매년 선발해 3년 동안 언제, 어느 곳에서,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들은 전투의 현장에서 당장 필요한 기술을 개발했고, 전역한 이후에 창업에 뛰어들었다. 군에서 개발한 기술이 산업현장으로 전파됐다.

탈피오트 출신들이 글로벌 기업 현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2005년 레바논과의 두차례 전쟁을 전후한 시기부터였다. 아이언돔, 자율주행 알고리즘, 인터넷 보안 기술 등이 군에서 개발된 기술을 바탕으로 한 것이었다. 이런 것들은 셀 수 없이 많다. 탈피오트 출신들이 창업한 기업들은 한 때 나스닥에서 미국 보다 많았다.

탈피오트 출신들의 모임 ‘탈피밋’
최첨단 하이테크가 교환되는 사교장

8200 부대도 있다. 이스라엘 전국에서 수학에 재능있는 젊은이들만을 모아서 창설했다. 사이버 세상에서 활동하는 숨겨진 부대다. 아무도 실체를 모른다. 키보드 하나로 비밀정보를 가로채고 이란의 원자핵 원심분리기를 악성코드로 감염시킨다. 8200부대 출신 병사들이 창업한 ‘체크포인트’는 세계 최초로 인터넷 방화벽을 개발해 글로벌 보안 시장을 석권했다.

탈피오트는 지금은 이스라엘 젊은이들의 우상이다. 고3 학생들의 관심은 더 이상 하버드나 프린스턴이 아니라 탈피오트와 8200부대다. 이곳 출신들은 미국에서 이스라엘 여권 보다 더 대접받는다. 이들은 ‘탈피넷’이라는 네트워크를 통해 노하우와 상상력을 공유한다. 그들만이 구사하는 특별한 언어도 있다고 한다. 1년에 한번 오프라인에서 열리는 ‘탈피밋’은 최첨단 하이테크가 교환되는 사교장이다.

이스라엘인들은 왜
올림픽 보다 패럴림픽에 열광하는가?

이스라엘 국가경영은 10년 단위로 방향을 새로 잡는다. 생각의 힘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1970년대엔 물, 80년대엔 원자력, 90년대엔 인터넷 보안기술이었다. 지금은 생명, 보건, 복지 분야에서 역동적 창업이 일어나고 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올림픽 보다 패럴림픽에 더 열광한다. 어떤 선수의 눈에 들어간 망막, 무릎에 들어간 인공 연골 등이 이스라엘인들에 의해 개발되었다는 중계방송 멘트를 들으며 희열을 느낀다. 테크니온 대학은 의대·약대를 두고 있으나 자격증을 따기 위한 공부를 하지 않는다. 오로지 의과학 생명과학의 길로 간다.

國父 시몬 페레스
깊이, 높이, 심오함을 만들다

이 모든 것들의 중심에 이스라엘 국부 시몬 페레스가 있었다. 스물다섯 나이에 초대 수상 벤 구리온 비서로 시작해 65년간 국가직에서 일했다. 여러 장관과 총리, 대통령을 지내면서 지금의 이스라엘을 만든 사람이다. 그는 이스라엘인들에게 세 가지에서 앞서가야 한다고 했다. 바다, 우주, 생명이었다. 그것은 각각 깊이, 높이, 심오함을 말하는 것이기도 했다. 2016년 사망했다.

<창업국가 이스라엘을 만든 17가지>
1. 혁신을 위한 파괴
2. 탈피오트, 최고 중 최고를 지향하라
3. 새로운 술은 새 부대에
4. 과거의 기억이 아닌 미래로 여행하라
- 기억은 레드오션에 머물러 있으나 상상은 아직 경쟁이 꿈틀거리지 않는 블루오션이다
5. 무한의 자유를 부여하고 실패를 용인하라
- 겁 없이 방아쇠를 당기게 하는 힘(후츠파 정신)
- 형식을 타파하라. 질문하라. 위험을 감수하라
6. 목표지향 인재가 빠르게 성장한다
- 이스라엘인들은 고교 졸업 후 군복무를 한 뒤 18개월간 해외로 나간다. 그러고 나서야 대학에 들어간다. 그들은 이미 베테랑이다. 목표를 가지고 입학한다.
7. 틀을 깨는 사고로 1%의 차이를 만들어라
- 무조건 다른 시각으로 다른 해법을 찾으라. 질서 있는 공간이 아니라 혼돈의 소용돌이를 일부러라도 만들어라. 1% 차이는 가끔 과학의 함정 바깥에 있다
8. 현장에 답이 있다
9. 또 하나의 지구, 사이버 세상을 지배하라
- 4차 산업혁명에선 상상력이 원료다
10. 영향력
11. 보이는 것 보다 보이지 않는 것의 가치를 추구하라
12. 우주를 다시 보자
- 2차원의 면적을 3차원의 공간으로 넓힐 수 있는 ‘형식 타파’의 도전이 필요하다.
13. 미사일 사령부, 단계적 방어망
- 작은 아이디어에서 아이언돔을 만들다
14. 두뇌, 국제사회로 가는 여권
- 좋은 아이디어를 거대한 혁신으로 만드는 것이 21세기 경영이다.
15. 탈피오트의 힘은 개인이 아닌 네트워크
- 탈피오트 그룹은 탈피넷이라는 네트워크를 통해 노하우와 상상력을 섞을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했다. 1년에 한번씩 열리는 ‘탈피밋’은 창업의 트랜드를 제시하는 최첨단 하이테크 사교장이다.
16. 스칼라가 아니라 벡터를 지향하라
17. 탱크, 미사일에서 이제는 생명으로
- 모든 정보통신 기술은 융합되어가고 있다. 탈피오트는 생화학 영역과 미사일 기술을 융합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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