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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시재는 지금] 결론은 市産學이다 - 네덜란드 대사가 말하는 ‘바헤닝언 푸드밸리’의 경쟁력

이우정 (기초연구센터 SD)

2018.10.05

네덜란드 바헤닝언(Wageningen)은 암스테르담에서 남동쪽으로 85km 위치에 있는 인구 4만 명 남짓 되는 작은 도시다. 그러나 주변 8개 도시와 협력해 네덜란드 농업과 생명과학을 세계적 수준으로 올려놓은 ‘푸드 밸리’의 거점도시다. 바헤닝언 대학은 영국 QS 대학평가 농-임업 분야에서 1위이고, 하이네켄 하인즈 같은 글로벌 식품기업들의 연구소와 지사 1400여 개가 이곳에 몰려 있다. 네덜란드는 이 지역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농축산물 수출량에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다. 국토는 한국의 2분의 1, 인구로는 3분의 1밖에 되지 않는 나라가 이렇다.

결론은 시산학(市産學)이다. 기업과 대학, 지방정부가 명확한 목표와 함께 협업을 통해 이룬 결과다. 네덜란드는 1990년대 말부터 바헤닝언 대학과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글로벌 식품 및 농업 관련 기업들을 모아서 농산물 클러스터를 조성했다. 공무원, 기업인(농업경영자), 그리고 연구원 등 각 주체가 농산물분야의 지식을 나누고 혁신에 함께 투자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바헤닝언의 성공 요인으로 정부 주도의 혁신, 높은 수준의 연구진 등을 꼽지만 인상 깊은 것은 각 주체의 협업으로 얻는 이익에 대한 강한 신뢰였다. 기업들이 이 신뢰를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푸드밸리에 모여들었고 바헤닝언에 위치한 연구기반 시설들과 물리적, 실질적으로 결합했다. 정부 주도의 혁신과 함께 지식생태계와 벤처생태계가 활발하게 작동되고 있는 곳이 이곳이다.

여시재는 우리의 지방 중소도시들의 생존도 시산학의 성공 여부에 달렸다고 보고 여러 지역에 대한 현장조사를 진행해왔다. 지방정부는 미래산업의 씨앗을 발굴하고 키워나갈 수 있는 큰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관련된 제도적 틀을 마련한다. 그리고 연구기관들은 미래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지식을 생산해내고 이를 민간기업이 수용하여 적극적으로 산업을 키워나가고 기업투자를 활발하게 함으로써 지식생태계와 벤처생태계가 구축되고 작용하도록 하는 것이 ‘시산학’의 기본 개념이다.

여시재는 또 폴 크루그만의 ‘지리경제학’, ‘지역혁신체제론’ 그리고 ‘스마트 전문화’라는 기존의 이론을 바탕으로 ‘시산학’에 관한 이론적 틀(가칭 ’지역산업 발전체제’)을 정립할 수 있다고 보고 이를 위해 현재 이윤(인천대) 교수와 함께 연구 중이다. 지금까지 엘리베이터의 거창, 의료기기의 원주, 실크의 진주, 인견의 풍기 등지를 조사했고 곧 전주의 신소재 산업을 살펴볼 예정이다. 가능성과 함께 여러 한계를 실감할 수 있었다. 여시재는 조사 및 연구 결과를 앞으로 내놓을 예정이다.

여시재는 이 시산학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지난달 로디 엠브레흐츠(Lody Embrechts) 주한 네덜란드 대사를 초청해 바헤닝언 푸드밸리의 성공 요인에 대한 강연을 듣고 토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윤 교수의 강연도 함께 진행됐다.


중소도시가 생존하는 길, 시산학이 핵심이다.

영상 이한상 (커뮤니케이션팀 S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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