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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시재 제안] 김정은 위원장의 경제고문은 누가, 어떻게 할 것인가?

이광재 (여시재 원장)

2018.10.19

2007년 남북정상회담 전에 평양을 다녀왔다. 11년 만에 본 평양은 한마디로 상전벽해였다. 무엇보다 경제 사정이 좋아진 것처럼 보였다. 70년간 적대적이었던 미국과 북한 정상의 만남은 북한 주민들에게 높은 자긍심을 가져다준 것 같았다. “환희이고, 사변입니다”라고 말했다. 거리는 훨씬 자신감에 차 있었다.

한편으로는, 미국의 경제제재를 풀어 경제번영을 이루고 싶은 간절함을 읽을 수 있었다. 경제 번영 방향도 명확했다. “과학으로 비약하고 교육으로 미래를 담보하자” “미래를 사랑하라”라는 구호가 꽂히듯 파고들었다. 중국은 아침과 저녁이 다르고, 오늘과 내일이 다르고, 올해와 내년이 달랐다. 평양의 느낌도 중국 초기와 비슷했다.

평양을 다녀오는 내내 한 가지 생각에 집중했다. 남한과 북한, 특히 미국과 중국, 그리고 러시아와 일본이 윈-윈(Win-Win) 할 수 있는 북한의 미래는 어떻게 만들 것인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에는 남한과 북한 외에 미중일러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한반도의 통일은 남북, 미중일러의 축복 속에서 탄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지속할 수 있다. 함께 윈-윈할 수 있는 북한의 미래, 무슨 방법이 있을까? 어떤 솔루션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북한이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청사진은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외부, 특히 우리의 도움은 필수적이다. 역사적 필연이기도 하다. 청사진에 들어갈 내용은 무엇인가?

첫째 김정은 위원장의 경제 자문을 누가 어떻게 해 줄 것인가?

리콴유 전 총리는 네덜란드의 경제학자 앨버트 윈세미우스와 금융 가문 로츠차일드상사 부자의 자문을 적극적으로 구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미국의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의 경제자문을 기초로 IT, 벤처정보기술혁명에 도전하게 되었다. 덩샤오핑 주석은 싱가포르 리콴유 총리와 포항제철 박태준 회장의 자문도 구했다. 박정희 대통령은 미국의 미래학자 허만 칸의 조언을 받아들여 농촌개량사업을 시작하고 수출중심 국가 전략을 세웠다.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에게는 누가, 어떻게 세계 경제 차원의 자문을 해 줄 것인가? 자문 시스템은 무엇인가? 해법을 찾아야 한다. 비핵화 진전과 함께 다른 나라도 경제자문을 하겠지만, 우리부터 국회와 여야가 합의해서 임기가 있는, 경제자문을 할 수 있는 대북 특사를 파견해야 한다. 대북 특사는 세계 경제를 알고, 세계금융을 끌어들일 수 있는 인물을 선택해야 한다.

둘째 북한은 과연 어떤 경제모델로 나아갈 것인가?

베트남식 모델인가? 중국의 심천 모델인가? 싱가포르 모델인가? 아니면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에스토니아 모델인가? 경제특구 모델이 중요할 것이다. 중국 심천은 개혁개방 40년 만에 특구의 경계 철책선을 철거했다. 빠른 경제성장을 하되 불평등을 줄이는 모델은 무엇인가? 한반도 통일 비용을 줄이는 성장모델은 무엇인가? 4차 산업혁명의 테스트베드가 되는 전략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원격교육, 원격의료 등 남북이 협력하는 4차 산업혁명 전략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

셋째 경제재건에 가장 필요한 SOC는 어떻게 해나갈 것인가?

5G를 기초로 하는 통신망인가? 철도인가? 에너지인가? 미래인재를 양성하는 교육시스템인가? 의료인가? 어떠한 인프라를 먼저 갖출 것인가? 어떤 분야부터 깔아나갈지 그 순서와 속도가 중요하다. 우리 역량이 절대적으로 필요할 것이다. 5G와 에너지, 인재가 핵심이다.

넷째 막대한 투자자본을 어떻게 유치하고 공급할 것인가?

선진국은 북한에 투자하게 되면 투자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국제적인 금융시스템을 이미 준비하고 있다. 남한 기업은 물론 세계적인 기업들이 북한에 투자하려 할 때 투자를 회수할 수 있는 안정적 시스템은 어떻게 만들 것인가? 이 시스템을 마련해야 북한투자도 가능해질 것이다. 북한 국내법과 국제법의 연계성 및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 북한 개발만을 맡는 개발은행을 국제사회가 함께 만들어야 더 탄탄하게 경제를 일굴 수 있다. 세계은행, AIIB, ADB와 별개로, 그러나 협력 시스템이 구축된 “북한개발 전문은행”이 필요할 것이다.

다섯째 핵심산업은 도시에서 시작한다.

남한의 경우, 포항을 기반으로 제철 산업을, 울산을 기반으로 조선산업을, 창원을 기반으로 기계산업을, 여수를 기반으로 석유화학산업을 일구었다. 결국 산업단지를 기반으로 하는 중화학공업산업을 일으켰다. 중국도 심천이라는 도시를 통해서 시작했다. 결국 핵심산업이 들어갈 핵심도시를 어디에 만들 것인가가 첫 출발지이다.

여섯째 미래산업을 창조하는 핵심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스마트팜, 스마트팩토리, 스마트시티로 나아가야 한다. 북한이 4차산업혁명의 테스트베드가 되어야 한다. 유발 하라리는 자율주행차가 가장 먼저 북한에서 성공할 것이라고 했다. 왜? 백지상태여서 기득권 세력이 없기 때문이다. 창조력을 만드는 혁신은 과거와의 과감한 결별에서 나온다. 역사의 주역은 창조력이 있는 곳에서 탄생하고 창조력을 상실할 때 뒤안길로 사라졌다.


일곱째 창조산업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창조력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인류가 직면한 미증유의 난제를 해결하는 지혜에서 나온다. 지속불가능성의 위기를 극복하는 산업, 중국 경제의 위협을 기회로 바꾸는 산업, 4차 산업혁명이 인간의 행복에 기여하도록 하는 산업을 발굴해야 한다. 이를 위해 동서양의 지혜, 남북의 지혜를 한데 모아야 한다.

여덟째 세계적인 지혜가 필요하다.

남한 북한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전 세계가 북한을 기회의 땅으로 만들 때 북한에 기회가 온다. 북한의 기회는 곧 남한의 기회이고, 한반도의 기회가 동북아의 기회가 될 수 있는 대규모 선순환의 출발점을 만들어야 한다. 북한의 문제는 우리의 문제이자, 동북아의 문제이자, 세계의 문제라는 인식을 가질 때 기회의 땅이 될 것이다. 남한과 북한, 미중일러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전쟁참여를 반대하는 국회에 ‘무기대여법’이라는 묘수를 찾았다. 이것이 2차 세계대전 승전의 결정적 계기였다. 독일은 주변국의 견제를 뚫고 2번의 통일을 이루어냈다. 멀게는 남북한 FTA 체결 같은 과감한 지혜가 필요하다. 지금은 담대한 상상력과 실천이 필요할 때이다. 시련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기회가 더 클 것이다. 서로 다름이 합해질 때 에너지가 커지는 것이 음양의 이치이다. 문명의 축은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다.

한반도의 미스터션샤인이라는 친구를 만드는 가장 기본적인 힘은 우리 내부에 있다. 남한 내에서 협력하고 남북이 협력하는 것이 첫 출발이다. 원대한 꿈을 가져보자. 남한이라는 조그만 섬나라의 운명을 극복해보자. 남북을 연결해서 해양과 대륙세력의 다리를 넘어 교차로가 되어보자. 이 담대한 꿈 또한 우리들의 상상과 도전과 피, 땀, 눈물의 결과로 이루어질 것이다.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내부에서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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