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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이 미래다 / 09 / 일과 오피스의 미래] 가족보다 직장동료 더 오래 보는 ‘회사 인간 시대’ 저물고 있다

이명호 (기획위원)

2020.06.25

300년 전 런던에서 시작된 ‘사무실 노동’, 대전환의 기로에 서다

강남 테헤란로 전경 (출처: 중앙일보)

여시재는 ‘e-핸드북’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특정 이슈에 대한 종합적 지식, 간편한 지식 제공을 목표로 합니다. 연재물을 모으면 하나의 e-핸드북이, 그것을 인쇄하면 소책자가 됩니다. 이번엔 전체 10편인 ‘디지털이 미래다’ 제 9편 ‘오피스의 미래’ 입니다. 이 e-핸드북은 여시재에서 ‘디지털 사회변화’를 이끌고 있는 이명호 기획위원이 쓰고 있습니다. 이 위원은 연세대를 졸업, KAIST에서 IT-MBA 석사과정을 마친 뒤 기술경영전문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습니다. ㈜OD Corea 대표컨설턴트와 삼성SDS 미주법인 시니어컨설턴트로 일했습니다. ‘노동 4.0’ 등 여러 책을 썼습니다.

연재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디지털의 개념과 역사(링크)
2. 변화의 동력, 지식 패러다임 변화(링크)
3. 인쇄술과 엔진의 사회 산업사회(링크)
4. 디지털은 어떻게 사회를 변화시키는가(링크)
5. 인터넷, 대중의 시대를 열다(링크)
6. 지식의 미래, 인공지능 시대(링크)
7. 플랫폼 경제의 명암(링크)
8. 기업과 노동의 미래(링크)

9. 일과 오피스의 미래
10. 에필로그/디지털 대전환의 시대


<9. 오피스의 미래>

빌딩과 도심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

COVID-19로 인하여 노동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국경과 지역의 봉쇄, 사회적 거리두기는 노동의 중단, 노동 형태의 변화를 가져왔다. 사람들과의 대면 접촉으로 전염병이 전파되는 상황에서 노동 과정에서의 대면 접촉의 정도와 노동 형태의 전환 가능 여부에 따라서 노동 시장은 분화되었고, 새로운 계급의 분열과 불평등이 이슈가 되고 있다. 미국 노동부 장관을 역임한 로버트 라이시(Robert Reich)는 가디언지(The Guardian) 기고문에서 COVID-19가 노동 계급을 4개로 분열시켰다고 지적했다. 제1계급은 원격근무가 가능한 노동자들(전문직, 관리직, 기술 인력), 제2계급은 COVID-19 위험 속에서도 필수적인 일을 하는 노동자들(위생보건의료 인력, 물류배달운송 노동자, 경찰관, 소방관 등), 제3계급은 직장을 잃거나 임금이 줄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노동자로 원격근무가 불가능한 소매점, 식당, 접객업, 일감이 줄어든 제조업 종사자들이다. 제4계급은 잊혀진 노동자들로 물리적 거리두기가 어려운 감옥이나 수용소, 노숙인 시설 등에 있는 사람들이다.

COVID-19는 돌발적인 상황이라고 할 수 있지만, 경제 침체가 계속되고 향후에도 유사한 상황이 반복될 수 있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노동과 일의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면 접촉이 기피되는 상황 속에서 디지털이라는 새로운 기술은 노동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가? 재택근무, 원격근무가 일상화될 것인가? 일하는 공간인 사무실(오피스)은 여전히 필요할 것인가? 빌딩과 도심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

60% 정도가 재택/원격근무 경험

재택, 원격 근무는 COVID-19로 인하여 전 세계적으로 동시에 전 분야에 걸쳐 진행된 사회 실험이라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원격근무제(재택근무)란 조직의 근무자들이 적어도 주 1회 이상 집, 위성사무실, 원격근무센터 등 기존의 사무실 중심 근무현장 이외의 장소에서 정보통신장비를 사용하여 일하는 대안 근무를 의미한다. 한국의 경우 COVID-19 이전에는 재택근무의 비중이 매우 적었으며(0.1% 미만으로 추정), 가장 높은 재택근무 비율을 보여주는 네덜란드도 13.7%에 불과하였다. 그러나 직업 알선 사이트들의 조사에 의하면, COVID-19 기간 동안 대략적으로 60% 정도가 재택근무를 경험했고, 대기업이 중소기업 보다 재택근무 비율이 높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재택근무에 대한 만족도 또한 68%로 높았고, 71% 정도가 계속해서 재택근무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응답했다. 재택근무는 ICT 기업이 활발하게 채택하였으며 기간도 길었던 것으로 추정되나, 전반적으로 1개월 이내였다. K-방역의 성공으로 소수 기업을 제외하고 다시 출퇴근 근무로 돌아갔다. 아마 각 기업들은 재택근무에 대한 장단점 평가와 손익계산을 하고 있을 것이다. 처음으로 SK텔레콤은 서울 도심 본사로 출근하는 대신 서울 전역과 인근 도시의 분산 사무실로 출근할 수 있도록 하여, 전 직원의 출근 시간을 20분 이내로 줄이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출처: 인공지능, 코로나19를 만나다(KISDI, 2020))

미국서 페이스북 등 영구 재택근무 기업 늘어

미국의 경우, COVID-19 이전에는 원격/재택근무 비중이 3.2%였으나 COVID-19 기간 중 63% 정도가 재택근무를 하고 있고(4월 말 Gallup 조사), 직원의 80% 이상이 재택근무를 했다는 응답률도 68%(MIT 조사)에 달했다. 또 다른 조사에 따르면 직원의 25% 이상이 전일 재택근무, 부분 재택근무 직원은 30%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Global Workplace Analytics, 2020). 영국 등 유럽의 국가들도 50% 이상이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 인력의 56%가 원격 작업과 호환되는 작업을 보유하고 있고, 직원의 43%가 적어도 일부 시간 동안 집에서 일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COVID-19 상황에서 재택근무가 가능한 대부분의 일은 재택근무로 전환되었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의 경우, 3달 넘게 재택근무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일부 미국 기업들은 회사 복귀를 준비하고 있고, 일부 기업들은 연말까지 재택근무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음), 전 세계에 사무실과 직원을 두고 있는 페이스북(직원 4만 8000명) 등의 디지털 기업들은 원하는 직원들은 ‘영구적인’ 재택근무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재택근무는 일상적인 근무형태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인가?

이제 노동은 시간과 공간에 매이지 않는다

일,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보기 위해서는 일의 결과물(생산물), 일하는 도구, 일하는 조직, 일하는 사람, 일하는 공간 등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를 봐야 한다. 산업 시대와 디지털 시대로 구분해서 검토해 보기로 하자. 산업시대의 범용기술(생산 및 경제 활동의 기반이 되는 기술)은 엔진이었고, 디지털 시대는 컴퓨터(인터넷)로 변하였다. 산업시대에는 동일한 기계가 여러 대 모여 있는 공장에서 엔진으로 동력을 얻는 기계를 작동하여 유형의 제품을 생산하는 육체 노동자들이 대규모의 수직적인 기업 조직에 속해서 동시에 일하는 경제활동 방식이 주를 이루었다. 이 시대의 재택근무란 공장 생산과 관련된 서류 작업을 집에 가서 하는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재택근무는 공장제 근무의 종속된 형태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디지털 시대에는 일하는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범용기술은 컴퓨터(인터넷, 모바일)로 변하였다. 기계 또는 도구에 엔진과 동시에 컴퓨터(IoT)가 들어가는 것이 일반화되었다. 일의 형태는 컴퓨터라는 도구를 이용하여 무형의 콘텐츠(알고리즘)을 만드는 정신 노동으로 바뀌었고, 직원들은 소규모의 수평적 조직(팀이라고 할 수 있다)으로 구성되어 사무실이라는 공간(실제는 가상의 공간)에서 서로 다른 연관된 업무를 비동시적으로 일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노트북 하나면 어떤 정보든지 입수 가능하고, 어떤 업무 프로세스에도 접근할 수 있고, 통합적으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디지털 시대의 일을 공간적 귀속성, 시간적 귀속성을 완화시키고 유연화시키고 있다. 한마디로 일의 디지털 전환이라고 할 수 있다. 일의 디지털 전환은 일하는 도구의 디지털화 단계에서 일 자체의 디지털화로 넘어가고 있다. 일의 결과물, 일 자체가 디지털이 되고 있다. 초기 업무 전산화는 일(사무)의 일부분을 컴퓨터로 처리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업무 자체가 디지털화되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회사 조직이 클라우드 플랫폼 위에서 움직이고 모든 업무가 디지털 도구에 의하여 처리되고, 협업과 업무의 연계도 디지털에 의해 이뤄지고, 결과물도 디지털로 나오는 업무 형태가 등장한 것이다. 이제 사무실을 떠나서 언제 어디서나 노트북만 있으면 일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표] 산업시대와 디지털시대의 일의 변화

이러한 재택근무에 앞장서고 있는 기업들은 디지털 기업들이고, 100% 재택/원격근무를 하는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오토매틱 CEO는 “사람마다 집중 잘 되는 시간, 휴식 취하는 시간이 다르다. 언제, 어디서 일하느냐 보다 똑똑하게 일하는 것이 중요한 시대”라고 말했다. 이는 표준 근무시간의 경계가 붕괴되는 결과도 가져오고 있다.
결국 디지털 전환이 근무의 유연성을 높이고 공간(사무실)에 대한 종속성을 완화(해방) 시키고, 집이나 어느 공간에서도 네트워크로 연결된 노트북만 있으면 업무를 볼 수 있는 환경이 되면서 재택근무, 원격근무가 기본적인 업무 형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한편, 디지털 시대 업무 방식의 변화는 프리랜서, 긱 노동, 플랫폼 노동 등 독립적인 노동자 또는 1인 기업인의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도 이번 COVID-19와 같은 천재지변의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업무 단절 없이 지속적으로 처리될 수 있는 인프라의 조성이라는 측면에서도 원격근무는 기업의 중요한 위기관리 역량으로 요구되고 있다.

“빌딩에 투자하던 3000만 파운드를
사람에 투자하겠다”

COVID-19 기간 동안 빌딩의 사무실은 텅 비었으나 기업은 유지되는 경험을 하면서 기업들은 사무실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고 있다. 영국계 글로벌 금융 서비스 기업 바클리스(Barclays) CEO는 “7000명의 사람을 한 빌딩에 넣는다는 생각은 과거의 것이 됐다.”고, 모건 스탠리(Morgan Stanley) 사장은 “은행들은 훨씬 더 적은 건물(부동산)을 소유하게 될 것”이라고, 한 사업가는 “고가의 사무실에 3,500만 파운드를 투자하는 대신 사람에 투자하겠다”고 했다. 심지어 “현재 전 세계에 있는 모든 사무실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PwC 조사에 따르면, CFO(최고재무책임자)의 4분의 1은 이미 부동산 축소를 고려하고 있었으며, 회사가 새 건물을 찾는 활동이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기업들은 오래전부터 공동 업무 공간, 고정 자리 없는 사무실 등으로 임대료를 절약하려고 노력해왔다. 오피스 공유 서비스 기업 WeWork는 기업들에게 유연한 공간을 제공해주면서 급성장하였다. 사실 가장 확실한 임대료 등 사무공간 비용 절감 방법은 재택근무였다. 직원이 일의 50%를 재택근무로 하면 회사는 직원당 연간 약 $11,000를 절약할 수 있고, 직원도 교통비 등의 절약으로 연간 $2,500~4,000를 절약할 수 있다. 그동안 기업들은 사무실 근무 관행과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 때문에 재택근무로 넘어가는 데 주저했었다. 그러나 COVID-19로 급속하게 재택근무로 전환하면서 “매일 수천 명이 방문하던 미디어 회사 건물에 지난 8주 동안 수십 명 밖에 방문하지 않았지만, 미디어서비스는 계속”되는 것을 경험하면서 사무실 유지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된 것이다.

엘리베이터에 2명씩 타면 출근에만 몇 시간
상업용 부동산 30%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미국 정부의 사무실 내 감염 예방 조치는 현재와 같은 상태의 건물 유지를 어렵게 하고 있다. 고층 빌딩의 엘리베이터에 2명씩만 타도록 하면, 출근 시간만 몇 시간이 걸리게 된다. 사무실 내에서 직원 간 6피트 거리 규칙이 적용되면 대부분의 사무실이 직원을 현재 보다 약 4분의 1만 수용할 수밖에 없다. 결국 기업들은 재택근무를 유지할 수밖에 없게 됨으로써 상업용 부동산 가치가 30%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사람들이 대도시의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기 시작하면, 도심의 상권도 침체되는 연쇄 현상이 예상된다. 도심의 상권, 식당과 술집, 식료품점들은 지하철이나 버스, 기차 등으로 출근하는 사람들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시카고대 베커프리드먼연구소(Gary Becker Milton Friedman Institute of Research in Economics)는 원격근무가 일상화되면, 올해 4월까지 사라진 일자리의 약 42%가 영구히 사라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도 재택근무가 확대되고, 도심으로 몰리는 출퇴근과 교통량이 감소하면 서울(수도권) 도심의 부동산과 집값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1970년대 사무실의 모습

19세기 중반 ‘경리실’이 현대식 사무실의 시초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면 사무실은 사라진 것인가? 사실 사무실의 역사는 오래되지 않았다. 중세시대에는 책상 앞에 앉아서 꼬박 하루 종일 일하는 사람은 책을 손으로 베끼는 필경사 뿐이었다. 필경사들이 모여 있는 공간이 사무실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근대적인 사무실의 시작은 1729년 런던에 지어진 동인도 회사 건물이었다. 동인도 회사는 수천 마일 떨어진 곳에서 일어나는 정보를 모르고 의사 결정을 내려야 했기 때문에 매우 크고 복잡한 관료주의를 만들어 냈다. 많은 양의 문서를 생성하고 관리하였기 때문에 사무실이라는 공간을 창조하였다. 그러나 18세기 대부분의 사업가들은 런던에 있는 두 곳의 커피숍에서 사무를 처리했다. 당시 장인들은 운영하던 상점의 위층에 살고, 가게에 사는 점원은 가정의 종처럼 취급됐다. 점원은 출퇴근이 없다는 장점이 있었으나, 단점은 탈출구가 없다는 것이었다.

현대에 들어 사무실이라는 공간을 인식하기 시작한 때는 19세기 중반이다. 당시에는 공장 구석에 위치한 이런 공간을 경리실(counting house)이라고 불렀다. 수백 년 전 이탈리아 상업가의 사무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좁은 공간이었다. 이후 사무직 노동자들이 늘어나면서 사무실은 공장지역에서 분리되어 사무실만 들어있는 오피스 건물과 도심의 다운타운에 자리 잡게 된 것이 오늘날 우리가 보는 사무실의 등장이다. 1880년까지도 사무직 종사자(화이트칼라 노동자)는 미국 전체 노동 인구의 5퍼센트도 안되었지만, 2000년대 들어서는 55%를 넘어 제일 비중이 많은 집단으로 성장했다(한국도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블루칼라 노동자보다 화이트칼라 노동자가 더 많아지고, 2010년대에는 60%를 넘었다.). 그리고 산업시대에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회사 상징 건물로 고층 빌딩을 건설하고 사무실에 모여서 근무하게 되면서 현대 대도시가 형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사무실, 직장은 우리의 삶의 구조, 목적 및 의미를 부여하는 공간이었다. 사무실은 잠자 시간을 제외하고 일상의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곳이며, 우리가 실제로 사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사무실에서 동료와 상사가 가족보다 자신을 더 많이 보고 있다. 사무실은 사회생활의 공간이고, 기업과 사람이 성장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상사와 선배들에게서 업무를 배우고 사회 생활, 인생의 경험을 배우는 성장의 공간이기도 했다. 비공식적인 대화에서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하고, 상호작용을 통하여 생산성을 높이고 동기부여를 받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와 같이 사무실은 현대의 직장이 제공하는 6가지 양식 즉, 의사소통, 집중, 창조, 회의, 숙고 및 사교를 개괄하는 공간이다. 그러나 COVID-19에 따른 재택근무의 일상화는 사무실의 위상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도 끝나게 될 것

사무실은 업무 공간 이외에 의사소통, 창조, 회의, 숙고 및 사교를 위한 공간이다. 이러한 사무실의 공간은 여전히(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집중된 개별 업무의 공간은 집이 될 것이고 사무실은 회의, 브레인스토밍, 워크샵, 문화 및 교육 허브 등 집단적인 교류 및 상호작용을 위한 다양한 용도의 공간으로 변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무실은 회사의 중추 역할을 하는 공간으로 남아 있겠지만, 규모는 대폭 축소될 것이다. 워크샵과 소셜의 공간으로서 교외 지역으로 이전하는 사무실(빌딩)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대규모 회사들은 직원들이 주로 거주하는 주거 단지 인근에 분산 사무실을 운영하게 될 것이다.

결국 도심으로의 회귀, 젠트리피케이션이 마감하고 다시 교외로 나가는 흐름이 시작될 것이다. 1960년대에는 공장(산업단지)이 큰 비중을 차지했던 대도시에서 주거 단지가 도심 외곽으로 빠져나갔으나, 2000년대 들어 공장이 대도시에서 외곽으로 완전히 빠져나가고 도심이 사무실 빌딩으로 재편되었다. 외곽으로 나갔던 부유층, 화이트칼라들이 직장이 있는 도심으로 다시 들어오면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진행되었다. 도심이 부자들의 전용 공간이 되고, 자산 양극화와 소득불평등이 심화되면서 도시의 성장과 혁신도 정체되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젊은 인재, 스타트업을 도시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낮은 집값, 낮은 임대료가 요구된다. 도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젊은 인재, 스타트업을 위해 도심 지역에 싼 가격의 임대 주택을 많이 제공해야 한다. 사회통합적인 도시는 혁신과 부의 창출을 촉진하면서도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생활수준을 개선하고 모든 사람에게 더 나은 생활을 향유하도록 해준다.

그러나 앞으로는 인재들이 도심에 몰려드는 흐름이 멈추고 다시 역류하는 일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COVID-19가 몰고 온 재택근무, 원격근무는 화이트칼라 노동자들이 도심에 살 이유를 없게 만들고 있다. 언제 어디서나 원격으로 일하는 것이 가능한데 번잡한 도심에 있을 필요성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주거지가 일터인(직주일체) 시대가 열린 것이다.

가족보다 직장 동료를 더 오래 보는
‘회사 인간’의 시대 저물고 있다

재택근무가 늘어날수록 점점 더 거주지, 지역 커뮤니티가 중요해지고, 로컬에 사람들이 몰리고 로컬이 일상의 중요 지역으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회사(사무실)가 일상의 주요 공간이었을 때는 회사가 있는 도심지가 중요하였으나, 재택근무가 일상이 되면 거주지 중심으로 일상 활동이 늘어나고 커뮤니티가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사회생활의 경험을 배우고, 주민들과 함께 지역의 발전을 모색하고, 문화와 여가 활동을 줄기는 공간으로서 커뮤니티가 재조명 받게 될 것이다. 생활, 학습 및 업무와 같은 모든 종류의 기능을 결합하고 혼합한 비즈니스 커뮤니티의 등장도 예상된다. 이는 산업사회, 회사인간의 시대에서 해방되어 비로소 인간이 시민(커뮤니티의 주민)으로 재탄생할 것이다.

아파트 지을 때 복합공간 만들어야

재택근무, 직주일체의 시대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어떤 정책이 필요할까? 첫째는 주거지 인근에 공유 사무실 공간을 만들어 제공하는 것이다. 집에서 일하는 것이 어려운 사람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공유 사무실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신규 아파트를 건축할 때 단지 내에 업무를 볼 수 있는 복합 용도의 공간을 만들도록 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주거지 인근에 업무도 볼 수 있는 도서관을 많이 건설해야 한다. 둘째는 재택근무 실시 기업에 대한 지원이다. 재택근무는 교통 혼잡(수요)를 줄이고, 온실가스 감축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재택근무를 실시하는 기업에게는 조세 감면 혜택을 줄 수 있다(네덜란드 실시). 셋째는 재택근무를 처음 실시하는 직장인이나 1인 기업에게 1회에 한해 재택근무에 필요한 장비(노트북, 책상, 의자 등) 구입을 지원하는 방안이다. 넷째는 직원이 기업에게 재택근무 등을 포함한 유연근무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방안이다. 기업은 업무 특성상 재택근무가 가능할 경우 직원이 재택근무를 요구하면 허락하도록 하는 방안이다(영국, 네덜란드 실시). 기업이 허락하지 않으면 노동위원회에 심판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다.

<근대 도시의 역사와 현대 도시의 완성>

혼잡함 피해 도심 떠났던 고소득층들
2000년대 들어 다시 도심 회귀
그리고 COVID-19

우리는 많은 공간에서 살아간다. 활동 공간은 집에서부터 마을, 도시, 국토까지 확대될 수 있지만, 사람들이 일상생활과 경제활동을 하는 주된 공간의 범위 그리고 이를 관리하는 행정의 주요 단위는 도시라 할 수 있다. 도시는 생산 활동의 중심지, 상징(문화, 의식, 가치)의 중심지, 사회적 상호작용의 중심지, 혁신의 중심지로 기능을 해왔다. 앞으로도 이런 기능들이 크게 변하지는 않겠지만, 이런 기능을 수행하는 도시의 모습은 시대에 따라 변해왔다.

『비트의 도시』(1999) 저자인 윌리엄 미첼(1999년)은 “우리는 건물을 만들고, 건물은 우리를 만든다”고 했던 윈스턴 처칠의 말을 빗대어 “우리는 네트워크를 만들고, 네트워크는 우리를 만든다”라고 했다. 네트워크, 컴퓨터와 인터넷은 우리를 만드는 동력이 되었고 또한 도시의 모습을 바꾸는 요인이었다. 디지털 시대에 어떤 도시를 만드냐는 생산, 상징(문화, 의식, 가치), 사회적 상호작용, 혁신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COVID-19는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을 가속화시킴과 동시에 도시에 우리의 삶과 일에 대한 성찰과 반성을 요구하고 있다.

퇴락하는 산업화 시대의 도시들

근대 도시는 산업혁명의 결과다. 산업화는 도시화였으며, 교통과 통신의 발달은 도시의 규모를 더 확대시켰다. 1700년경에만 해도 도시 거주자는 전 세계 인구의 3%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산업화된 국가의 80~90%가 도시에 거주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러나 산업혁명, 제조업과 함께 성장하던 도시는 현대에 들어 위기에 처하고 있다. 세계의 대장간으로 불리던 철강도시 피츠버그는 1970년대와 80년대 미국 철강산업의 퇴조기를 거치면서 공장들이 문을 닫고 실업률이 치솟으며 유령도시로 전락했다. 세계 자동차 산업을 석권하던 자동차 도시 디트로이트는 GM, 포드 등 자동차 기업들이 떠나면서 인구가 3분의 1인 70만 명으로 줄어들고 파산을 선언했다. 피츠버그, 디트로이트 외에도 중공업과 제조업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던 필라델피아, 볼티모어, 멤피스 등 미국 중서부 지역과 북동부 지역의 일부 지역이 러스트 벨트(Rust Belt)로 전락했다. 공장들이 개도국으로 이전하면서 러스트 벨트 지역들은 고용이 크게 축소되고, 수많은 실업자가 양산되면서 도시 경제도 침체하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단일 업종, 대규모 공장 중심으로 성장한 산업도시가 더 큰 타격을 받았다.

미국만이 아니고 산업혁명의 발상지인 영국의 멘체스터와 리버풀을 비롯하여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스웨덴의 말뫼, 스페인의 빌바오 등 산업도시들이 침체를 겪고 몰락했다(말뫼와 빌바오는 우리나라의 조선업과 중공업에 밀려 쇠락의 길을 걸었다). 일본(1960년대)과 우리나라(1970년대), 뒤이어서는 중국(1980년대) 등에서 중화학공업을 육성하고 선진국들의 공장들을 유치한 것이 이들 선진국 산업도시의 몰락을 앞당겼다. 지금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중화학 공업도시인 울산, 거제, 군산이 위기에 처해 있다.

전환에 성공한 오늘날 피츠버그 도심의 모습

맨체스터와 빌바오, 피츠버그의 변화

제조업으로 번성했던 많은 산업도시들이 어려움에 처해 있지만, 일부 도시들은 변신에 성공하여 다시 회생하고 있다. 맨체스터의 버려진 공장 터는 디지털미디어 산업 클러스터로, 빌바오는 구겐하임 미술관을 유치하고 문화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다. 많은 산업도시들이 공장과 기계장치 등의 산업유산을 문화산업의 핵심 콘텐츠로 변신시켰다. 피츠버그는 철강업 대신 의료, 생명공학, 교육, 로봇공학, 금융 서비스 등 지식산업으로 탈바꿈하면서 글로벌 기업들이 피츠버그로 본사를 이전하고 있다. 산업 폐기물이 넘쳐 나던 피츠버그는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도시, 미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꼽히게 되었다. 1900년대 초반까지 보스턴은 미국에서 가장 큰 제조업의 중심지의 하나로 의류 및 가죽 제품의 생산지였지만, 지금은 금융과 관광, 특히 세계 최고의 바이오 산업의 중심지로 등장했다.

제조업 몰락과 함께 쇠퇴 일로이던 도시들의 변신과 지속적 성장의 요인은 문화와 지식경제 도시로의 전환에서 찾을 수 있다. 특히 이를 주도한 대학과 연구기관, 창의적인 인재들의 역할이 컸다. 단일 산업, 단일 대기업이 도시 경제의 대부분을 장악하던 도시들, 연구 역량이 있는 대학이 없던 도시들, 창의적인 인재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문화가 없는 도시들은 새로운 산업, 특히 지식산업으로의 전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GM과 포드 등 몇몇 대기업 자동차 산업에 집중되었던 디트로이트와 달리 실리콘밸리와 보스턴은 대형 기업의 비중이 낮고 다양한 기업들이 등장하는 기업가정신이 유지되면서 지속적인 산업의 변화에 성공하고 있다.

산업 전환에 성공한 도시들은 기존 산업과 관련된 핵심 기술을 시대적 변화, 새롭게 부각되는 산업에 맞게 전환하거나, 주력산업의 현대화 혹은 고도화, 다각화, 핵심 품목의 전환과 같은 산업 전이에 성공하고 있다. 이와 같은 성공의 경험을 바탕으로 EU는 각국에 스마트 전문화(Smart Specialization) 전략을 제안하고 있다. 국제적 관점과 지역 여건을 고려해서 지역 내 혁신지원을 기반으로 지역별 전문화 영역의 혁신 기반을 구조적으로 변화시킨다는 전략이다. 또한 단일 산업 클러스터보다는 복합 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15%의 규칙, 과연 맞는가?

미국 샌타페이연구소 제프리 웨스트(Geoffrey West) 박사는 도시의 인구가 늘어날수록 혁신역량도 함께 증가한다고 했다. 그는 도시 크기가 2배로 커지면 GDP, 임금, 혁신 등이 2배 보다 15퍼센트 더 증가하는 ‘15퍼센트 규칙’을 따른다고 주장하였다. 체계적인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여 도시가 2배로 늘 때마다 도시에 필요한 도로, 주유소 등은 오히려 약 85퍼센트만 더 늘어나, 도시에 필요한 시설이 약 15퍼센트가 체계적으로 절약된다. 따라서 도시가 더 클수록 혁신적인 ‘사회적 자본’이 더 많이 창출되고, 그 결과 평균적인 시민은 상품이든 자원이든 아이디어든 더 많이 지니고 생산하고 소비하게 된다. 인구 밀도가 높아지면 사람들 간 상호작용이 증가하여 더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이벤트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긍정적인 지표들과 거의 동일한 수준으로, 도시가 커짐에 따라 인간의 사회적 행동이 보이는 부정적 지표들도 체계적으로 증가한다. 도시 크기가 2배가 되면 범죄, 오염, 질병 등도 그만큼 증가한다. 어느 정도 규모의 도시가 이러한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상쇄(trade off) 되고도 더 긍정적인 면이 커지는가에 대한 일반적인 경향을 말하기 어렵지만, 적절한 도시 규모를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과제를 던지고 있다.

혼잡함 피해 교외로 빠져나간 고소득층들

도시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한 곳은 도심지(downtown)이다. 19세기 말 도심지는 사람들이 일을 하고 쇼핑을 하러 가는 곳, 상업 지구를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되었다. 도시와 인근 지방을 이끄는 경제 엔진이었다. 매일 많은 노동자와 비즈니스맨, 고객, 쇼핑객들이 모여들었다. 도심지의 혼잡성이 증가하면서 교외 지역에 집을 마련하는 것은 도시민의 꿈이 되었다. 미국의 경우 1960년대부터 새로운 중산층은 혼잡한 중심을 벗어나 조용한 도시의 외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도시의 땅값은 도심과의 거리에 반비례한다. 대기업 본사는 도심이나 도심 주위의 가장 비싼 토지를 차지하고, 공장과 창고는 그 다음 공간에 위치한다. 가난한 노동계층의 주택은 그 다음이다. 노동계층은 산업지역, 상업지역 주변의 혼잡하고 시끄럽고 더러운 구역에 살았다. 더 부유한 중산층이나 상류층은 이 모든 것을 피해 도심에서 훨씬 멀리 떨어진 교외지역에 새롭게 조성된 주거지에 살았다.
도시가 확산되는 스프롤(sprawl) 현상은 중산층의 상징이 된 자동차 문화의 부산물이기도 했다. 자동차로 출퇴근하는 교외 거주지는 부르주아들의 약속의 땅으로 변모했다. 교외 거주지 중심으로 커진 신흥 위성도시는 새로운 경제 엔진이 되었다. 고속도로 교차로와 쇼핑 단지, 복합 상업지구가 한데 묶인 신흥 위성도시는 교외와 중심 도시의 특징들이 결합된 새로운 형태의 도시로 등장했다. 기존 도심지가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걸어 다닐 수 있도록 되어 있는 것에 비하여 준교외 지역인 위성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운전을 해야 이웃, 상점, 종업원, 레스토랑 등과 접촉할 수 있었다.

2000년대 들어 도심 복귀 현상

산업화가 완성되고 정보화가 시작된 2000년대 들면서 도시에 새로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부유한 사람들이 다시 도심으로 돌아오고 있다. 미국의 경우 1980년대 대부분의 도심지역에는 가난한 사람들이 살았다. 그러나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도심을 떠났던 고학력자와 전문직, 사무직 노동자를 포함한 부자들이 다시 도심으로 유입됐다. 리처드 플로리다(Richard Florida)는 도심에 거주하던 가난한 사람들이 밀려나고 부유한 사람들에 의하여 도심이 재개발되는 이와 같은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현상에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지식, 전문성, 첨단기술, 창조성이 요구되는 고임금 일자리가 도심에 집중되어 있고, 긴 통근시간을 줄이기 위해 직장 근처에 살려고 하는 경향이 증가하고 있다. 고임금 종사자들은 도서관에서 박물관, 레스토랑과 카페에 이르기까지 도시가 제공하는 쾌적한 편의 시설에 대한 접근성을 중시하고 있다. 도심으로 돌아옴으로써 통근시간을 줄이는 동시에 고임금의 직장 주변에 살면서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도심이 제공하는 다양한 편의시설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도심의 경쟁력이 다시 커지는 경향은 벤처 투자 통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에서 벤처 투자는 인구 밀도가 높고 걸어 다니기 좋은(Walkable neighborhood) 도시에서 집중되고 있다. 미국 전역에서 벤처 자본을 투자 받은 구역에서 도보, 자전거, 또는 대중교통을 이용해 직장으로 출근하는 노동자의 비율은 전국 평균의 약 2배였다. 하드웨어 제조업 중심의 산업경제 시대에는 창업을 하기 위해서는 도심보다는 교외에서 값싸게 대규모 시설 부지를 마련해야 했으나, 지식경제 시대에 소프트웨어, 컨텐츠 분야의 창업, 스타트업은 다양성과 창의적인 에너지, 다양한 문화, 활기찬 거리, 새로운 사고에 대한 개방성을 제공하는 도심에서 시작하고 있다. 디지털, 소셜미디어, 게임, 창의적인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스타트업들은 도시에 몰려 있는 디자이너, 작곡가, 시나리오 작가, 음악가, 마케터, 카피라이터 분야의 인재들을 쉽게 활용할 수 있다. 도심은 이러한 지식기업들을 위한 장소일 뿐만 아니라, 스타트업이 해결하려는 문제가 존재하고 있는 장소이며, 혁신을 위한 플랫폼이 되고 있다.

도심이 부자들의 전용 공간 되면
젊은 인재 끌어들일 수 없다

지식경제 시대에 들어서, 장거리 출퇴근의 확장된 도시가 아니라 걸어 다니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밀집된 공간에서 다양한 문화시설을 이용하고,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밀접하게 교류할 수 있는 도시가 더 경쟁력 있는 곳으로 변하고 있다. 걸어 다닐 수 있다는 것은 사람들의 우연한 만남,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의 밀접한 상호작용, 상호작용의 강도가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사람들의 직접 접촉은 더 많은 신뢰와 관용 및 협력으로 이어진다. 결국 도시의 경쟁력과 혁신의 원천은 다양한 사람들의 상호작용이라는 것을 다시 확인시켜 준다. 그러나 다양성만이 도시의 성공 조건이 될 수 없다. 다양성이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한 탐색의 폭을 넓혀준다면, 수렴과 활용의 과정으로서 특화와 집중화가 요구된다. 특정 산업과 관련된 기업들의 지리적 근접성과 공통의 인프라(공유재)는 성과물을 만들어 내는 협력성을 높여주고 비용은 낮춰준다.

인재를 배출하는 학교 시스템과 연구 대학, 인재를 채용하고 연구 성과를 활용하는 기업, 개방적이고 관용적이어서 다양한 인재를 끌어모으는 문화를 갖춘 도시는 리처드 볼드윈(Richard Baldwin) 이 지적하였듯이 21세기 ‘공장’, 혁신의 엔진이 되고 있다. 지식경제 시대에 성장과 혁신의 엔진은 더 이상 대규모 제조업이 아니고 창의적인 스타트업과 인재들이 모이는 도시 공간 그 자체가 되고 있다. 20세기의 경쟁력은 규모의 경제, 공장의 집적이었으나, 21세기에는 인재와 연구, 기업의 협력이 경쟁력의 원천이 되고 있다.

에드워드 글레이저(Edward Glaeser)는 교육, 기술, 아이디어, 인재, 기업가정신과 같은 인적자본을 끌어들이고 이들이 협업하게 하는 힘이야말로 도시와 국가의 번영은 물론, 인간의 행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하였다. 도시는 맛과 멋에 탐닉하는 인간의 놀이터이자 아이디어와 자본이 순환하는 창의적 공간으로 변모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도심의 좋은 비즈니스 환경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문화시설은 도심의 땅값을 높임으로써 젊은 인재들이 도심에 거주하는 것을 어렵게 한다. 도심이 부자들의 전용 공간이 되고, 자산 양극화와 소득 불평등이 심화되면 도시의 성장과 혁신도 정체한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젊은 인재, 스타트업을 도시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낮은 집값, 낮은 임대료가 요구된다. 도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젊은 인재, 스타트업을 위해 도심 지역에 싼 가격의 임대 주택을 많이 제공해야 한다. 사회통합적인 도시는 혁신과 부의 창출을 촉진하면서도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생활수준을 개선하고 모든 사람에게 더 나은 생활을 향유하도록 해준다.

COVID-19로 맞은 대전환기

COVID-19가 당장 도시의 모습을 변화시킬 수는 없다. 하지만 고층 빌딩 사무실에 인력을 끌어모아 일하던 시대는 이제 저물 것이다. 꽤 많은 시간이 걸릴 수도 있지만 방향이 분산인 것은 확실하다. 우리가 사는 오피스(職)와 도시(住)에 대한 성찰을 거쳐 새로운 직주 문화가 형성될 것이다. 300년 전 런던에서 시작되었던 오피스가 300년이 흐른 지금 대전환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참고 자료>
- 리처드 볼드윈. 그레이트 컨버전스(The Great Convergence). 세종연구원. 2019
- 리처드 플로리다. 도시는 왜 불평등한가(The New Urban Crisis). 매일경제신문사, 2018
- 에드워드 글레이저. 도시의 승리(Triumph of the City). 해냄. 2011
- 유재윤. 산업도시 르네상스와 공동체. 국토연구원. 2019
- 제프리 웨스트. 스케일(SCALE). 김영사. 2018
- 니킬 서발(2015). 큐브, 칸막이 사무실의 은밀한 역사
- Deloitte Insights(2019). The future of work in technology
- 이명호. 재택/원격근무와 미래의 일 공간. SPRI. 202004
- Robert Reich. Covid-19 pandemic shines a light on a new kind of class divide and its inequalities
- Coronavirus: What's the future for the office?
- How the office was invented
- COVID-19: Is this what the office of the future will look like?
- The office as we knew it is dead
- Coronavirus has lifted the work-from-home stigma
- The end of the office? Coronavirus may change work forever
- How COVID-19 could impact workplace design: managing movement
- Post-pandemic workplaces will be decentralized, and empower employees, say #FrameLive panellists
- The Agile Workplace 2.0: designing for diversity on #Frame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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