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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여시재는 지금] 정부는 집값이 안정됐다는데…“수요자의 눈높이에 맞는 주택정책 시급해” - 여시재 지식포차 첫 회…120여 명 참석한 가운데 열띤 토론 이어져

최원정 SD/기획조정팀장

2019.11.21

지난 19일 문재인 대통령이 서울 상암동 MBC 미디어센터에서 열린 ‘국민과의 대화’에서 전국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안정화되고 있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정부의 상황 인식에 대한 여론의 평가가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여시재가 21일 ‘집값, 지금 정상인가’를 주제로 진행한 공개 토론회 ‘속풀이 토크’에서도 현재 주택시장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이 제시됐다.

‘속풀이 토크’는 ‘이대로 살 순 없다’를 부제로 우리 생활에 밀착한 주제를 정해 패널과 청중들이 자유롭게 토론을 펼치는 토크 콘서트다. 이날 첫 행사는 청계천로 시그니쳐타워 아이콘루프 라운지에서 ‘집값, 지금 정상인가’라는 제목으로 열렸다. 이원재 랩2050 대표가 사회를 보고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와 박원갑 KB뱅크 부동산 수석 전문위원, 이상우 익스포넨셜 대표(전 유진증권 애널리스트)가 출연해 열띤 토론을 펼쳤다.

집값, 지금 정상인가…오를 곳은 오르고 내릴 곳은 내리는 게 정상

토론은 현재의 주택 가격에 대한 평가로부터 시작했다. 행사에 앞서 인터넷을 통해 의견을 제출했던 일반 참가자들은 대부분 “서울 집값이 너무 올랐다”, “정부의 정책이 투기수요를 자극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30대 신혼부부라고 밝힌 참가자는 “지금 집값은 정상이고, 서울 집값은 앞으로도 계속 오를 것이라고 본다”고 상반된 시각을 보이기도 했다.

사회자인 이원재 대표는 “20년째 세 들어 살고 있는 동네의 집값이 최근 가파르게 상승했다. 집값이 비정상으로 느껴진다”며 토론을 시작했다. 박원갑 위원은 “PIR(소득대비 주택가격 비율: Price to Income Ratio)을 보면 최근 서울은 20.7로 크게 오른 것이 맞다”며 “여기에 집값이 단기간에 급등했다는 경계감과 주택시장이 이래서는 안 된다는 당위성, 집이 사는 곳이 아니라 사고파는 곳으로 바뀌고 있는 자산화 과정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거부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현재 주택시장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심리를 분석했다. 박 위원은 “비정상적인 것은 집값 자체보다는 모든 사람이 이윤을 추구하도록 강요받는 시대라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서울의 집값 상승을 정확하게 예측해 주목을 받고 있는 이상우 대표는 “집값을 정상이냐, 비정상이냐로 바라보는 접근부터가 정성적 접근”이라며 “정량적으로 접근한다면 부동산이 오른 만큼 그동안 가계 소득이 많이 늘어난 것도 함께 봐야 한다. 대기업 회사에 근무하는 맞벌이 가구의 경우 소득이 크게 증가했다. 급여소득 대비 11배 정도의 집값은 매수 가능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몇 년간 가격이 크게 오른 마포, 용산, 성동 지역의 새 아파트들을 예로 들며 “중상위 계층이 서울 아파트를 구매할 수 있는 소득 수준이 되기 때문에 앞으로도 서울 집값은 오를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이헌재 이사장은 “신혼시절 5가구가 껴서 사는 집에서 살림을 시작했다. 지금 여러분들은 그런 집에서 살 수 있겠는가”라고 청중들에게 질문을 던지며, “단순하게 수요와 공급만으로 주택 가격이 정상인가, 아닌가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오를 수밖에 없는 곳은 오르고 내릴 수밖에 없는 곳은 내리는 게 정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사는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주거 공급이 이뤄지고 있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수요와 공급 간 미스매치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가격을 논하는 것은 의미없다”고 못 박았다.

신도시?...집이 없어도 될 곳에 집을 지어놓고 공급했다고 하면 안 돼

이 이사장은 “집은 존재해야 할 곳에 존재해야 한다. 집이 존재하지 않아도 될 곳에 집을 지어놓고 ‘충분히 공급했다’, ‘집값이 안정될 것이다’라고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신도시 문제에 대해 “자꾸 신도시를 만들어 주거지를 이동시키면 사람들이 일하는 공간과 멀리 떨어진 곳에 살면서 불필요한 교통비를 내게 된다. 현재 도심에는 아이들이 없어 초등학교가 없어지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문제를 지적했다.

이 이사장은 “신도시를 만들면 광역교통망을 만들어야 하고 여러 가지 비용이 많이 들게 되는데, 그 비용이면 도심 개발을 통해 더불어 살 수 있지 않겠는가”라며 “국가와 정부가 사회적 자원을 적절히 투입해 직주 분리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찾는데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참석자는 “하나의 도시를 만드는 것은 일자리, 문화 등이 복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향후 10년을 바라보며 한국의 균형 발전을 위한 정책 고민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냈다.

‘82년 김지영 세대’를 좌절시키지 말라

박원갑 위원은 지금 부동산 시장의 특징 중 하나로 30대들이 적극적으로 주택 구입에 뛰어들었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청약시장의 문이 닫히고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며 젊은 사람들에게 지금 아니면 집을 사지 못할 것이라는 조급한 마음이 생겼다”고 그 배경을 분석했다.

그는 “정부는 하남과 과천 등 요지에 신혼희망타운을 공급하고 서울 시내 지하철역 복합 개발 및 유휴지 등을 통한 주택 공급 계획 등을 발표했지만 이 시그널이 30대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것 같다”며 “계획된 물량을 빨리 시장에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해법을 제안했다.

이상우 대표는 “부동산 문제에 30대보다 40~50대가 불만이 큰 것 같다. 30대의 불만은 대출이 안 나온다는 것이다. 대출을 통해 30대가 집을 살 수 있도록 해주고, 대출을 갚기 위해 열심히 살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한 30대 참석자는 “신혼부부를 위한 지원 대책이 나오고 있지만, 맞벌이의 경우 소득기준에 걸려 지원을 받을 수가 없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박원갑 위원은 “요즘 ‘청무피사’라는 말이 있다. ‘청약은 무슨, 피 주고 사’라는 뜻이다. 현재 청약 제도는 30대를 희망고문하는 경우가 많다”며 “청약 시장에서 정책의 방향성을 정립하고, 물량을 늘리는 계량적 방법을 고민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공공주택 확대는 해법이 될까

최근 집값이 치솟으며 국민의 80% 이상이 공공주택에 살고 있는 싱가포르가 벤치마크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에서도 공공주택 확대가 주거안정을 위한 해법이 될 수 있을까.

박원갑 위원은 “최근 한국의 공공임대 주택 비율이 7.2%로 과거보다 많이 높아졌다”며 “지역별 특성을 감안해 적절히 공급하며 비율을 10% 이상으로 올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에 근본적인 대책이란 존재할 수 없다”며 “최선보다는 차선의 방안이라도 당장 실현 가능한 방안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특히 영구임대, 공공임대 등의 비중을 늘려 시장 경제로부터 피해를 받을 수밖에 없는 계층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헌재 이사장은 “공공임대라는 개념은 안전망, 즉 ‘대한민국의 국민은 최소한 비를 맞지 않고 살 권리가 있고, 그 권리를 정부가 충족시켜줘야 할 의무가 있다’는 측면에서 자기 힘으로 집을 마련할 능력이 없는 사람을 위해 정부가 집을 마련해주는 것이다”라며 “다만 공공 주택은 소셜 디바이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 이사장은 “공공임대를 늘리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장기의 안정적인 주택금융을 통해 주거를 마련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상우 대표 역시 “정부가 어디까지 일반인의 삶에 개입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임대보다는 저리로 집을 확보하도록 대출을 늘려야 사람들이 자립적으로 더 열심히 살지 않겠는가”라고 제안했다.

‘여시재 지식포차’는 그동안 내부적으로 진행해왔던 월례 보고회를 외부에 개방한 행사로, 한 달간 여시재에서 진행된 연구 성과를 공유하고 시대의 현안에 대해 대중과 소통하며 정책 대안을 모색하려는 취지로 마련됐다. 첫 회인 11월 행사는 청계천로 시그니쳐타워 서관 아이콘루프 라운지에서 열렸다. 여시재는 앞으로도 연구소의 문턱을 낮추고 일반 시민들과의 접점을 넓히기 위해 소통의 자리인 “지식포차”를 매달 진행할 계획이다.

이날 ‘속풀이 토크’에 앞서 진행된 ‘지식 원샷’은 많은 관심을 받은 연구물을 연구자가 직접 설명하고 청중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통해 주제에 대한 이해를 확장하는 자리다. 이번 달에는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와 박희준 EIP 대표가 각각 발표를 맡았다.

안 교수는 ‘위기의 지구, 무엇을 할 것인가’를 주제로 기후변화 문제에 직면해 사회가 준비해야 할 과제들과 해결방안을 제시했다.

박 대표는 ‘도시와 데이터’를 주제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 데이터 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한국이 동북아 데이터 센터 시장을 선도해 허브 국가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한국의 전략 방향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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