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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여시재는 지금] 대한민국 남자라면 피할 수 없는 군대, 가고 싶은 곳으로 만들 해법은? - 12월 여시재 지식포차, 미래의 군대를 위한 다양한 제언 쏟아져

문병철 솔루션1팀장

2019.12.19

‘군대’와 ‘입영’, 대한민국의 성인 남성이라면 피해 갈 수 없는 숙제다. 군 복무 기간은 오랫동안 ‘사회로부터 동떨어진 시기’, ‘학업으로부터 단절된 시기’, ‘사랑하는 가족, 연인과 이별해야 하는 시기’ 등으로 치부되어 왔다. 여시재는 19일 청계천로 시그니쳐타워 아이콘루프 라운지에서 열린 지식포차 행사에서 ‘가고 싶은 군대,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주제로 공개 토크 콘서트를 진행했다.

이날 토론회는 양욱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 겸임교수의 사회로 윤종록 가천대 석좌교수(전 미래창조과학부 차관), 양병희 KAIST 초빙교수(전 합참전력기획부장), 노영구 국방대 교수가 출연해 가고 싶은 군대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해 솔직한 의견들을 개진했다.

노영구 국방대 교수

4차산업 시대에 걸맞는 효과적인 방위체계 만들자

인터넷, 마우스, GPS 등이 모두 미국의 국방산업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먼저 환기시킨 양욱 교수는 “어떻게 하면 가고 싶은 군대를 만들까? 여기에 더해 첨단 기술과 국방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를 함께 다루는 형식으로 토론을 시작했다.

양 교수는 “휴전선 길이가 155마일이다. 이곳을 15만 병력을 사용해서 30년 동안 지키고 있는데, 인구 절벽으로 병력 자원은 감소하고 기술은 발달하는 21세기에 보다 효과적인 방위체계를 구축할 방법은 무엇인가?”라는 첫 번째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군사전략전문가인 노영구 교수는 “병력 자원이 감소하는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대규모 병력을 유지하는 것은 지속 불가능하므로 드론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해서 경계 업무에 소요되는 병력의 규모를 줄여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양병희 KAIST 초빙교수(전 합참 전력기획부장)

무기산업, 안보를 넘어 경제 파급효과도 고려해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안보와 경제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무기체계를 구축하는 방안에 대해합참에서 수년간 무기 개발과 조달 체계를 관장했던 양병희 KAIST 초빙교수는 “우리 정부는 2020년까지 병력 규모를 50만 명으로 줄이는 국방개혁 2.0을 시도하고 있다. 이를 고려할 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과학기술국방 곳곳에서 부가가치를 실현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병희 교수는 또한 우리 무기체계에서 집중적으로 보완해야 할 부문으로 감시정찰무기, 정밀무기, 미사일방어능력, 무인화 등을 꼽았다.

윤종록 가천대 석좌교수(전 미래창조과학부 차관)

군 복무, 젊음을 낭비하는 2년에서 미래를 위한 투자의 시간으로

여시재와 함께 미래산업연구를 추진해온 미래학자, 윤종록 가천대 석좌교수에게 “병역 기간, 젊음을 낭비하는 2년에서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2년으로 바꿀 방법은? 군대는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던져졌다. 윤 교수는 대한민국 헌법 제3조에 대한 견해부터 피력하면서 답변을 개진했다. 헌법 제3조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조항을 수정해서 “영토조항에 사이버 영토를 포함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스라엘 벤처기업의 경우 대한민국을 포함해서 전 세계 CCTV를 모니터링 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는데 우리 군대도 사이버공간에서의 전쟁에 대응할 고도의 기술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물리적 병력 중심의 하드파워보다 기술력 중심의 소프트파워가 강한 국방태세를 갖춰야 하며, 병사들이 군 복무 경험을 통해 기술력을 갖출 수 있도록 군대를 운영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이스라엘 탈피오트 부대를 모델로

양병희 교수와 윤종록 교수는 전문 기술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양병희 교수는 “국방 부문의 과학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사관제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서 이스라엘 탈피오트 부대(우수한 인재가 군복무 기간 동안 과학기술 분야에서 연구할 수 있도록 한 이스라엘의 군복무제)에 버금가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종록 교수에 따르면, 이스라엘 기술병의 경우, 대학에 위탁해서 3년간의 교육과정을 마치면 6년간의 의무 복무가 부과되는데 이 기간에 이들이 각급 부대에 파견되어 해당 부대의 기술적 효율성과 전투능력 제고를 위해 무엇이 개선되어야 하는지 진단하고 해결책을 제안하는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한편, 노영구 교수는 “국방개혁은 국가 개혁이다. 국방개혁을 말하면서 새로운 조직이나 부대를 만드는 행태는 지양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눈길을 끌었다.

양욱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 겸임교수

객석에서도 현장감 있는 제언들이 이어졌다.

전 특수전 사령관 전인범 예비역 중장은 “우리 병사들에게 주중 외출을 허용하면 대부분 자기계발을 위해 공부하는 데 시간을 사용할 것이다. 정부에서 사병들의 학습 비용을 보조해 주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군부대 안에서도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공용 휴대전화가 있어도 데이터 제한으로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 격오지 근무 사병의 경우 복무 기간을 단축시키는 혜택을 줘야 우수한 병사들이 지원한다” 등 군사전문가로서 과감한 제안을 토로했다.

산업연구원에서 방위산업연구본부장으로 일하고 있는 장원준 박사는 “지난 10월 미국 방산전시회에서 삼성 갤럭시 탭이 3개 붙어있는 군복을 보았다. 내려다보면 디지털 지도가 보인다. 왜 우리는 이런 걸 못하는가? 무기조달체계가 너무 시간을 많이 잡아먹기 때문이다. 보다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의사결정체계를 만들어서 현존하는 위협에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군사 분야 비전문가들의 관심 역시 뜨거웠다. “이스라엘의 탈피오트와 같은 혁신적인 집단을 한국 군대에 설치할 수 있는가?” “직업 군인이 전역하면 절반 이상이 취업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게 현실인데 이들의 전문성을 사회에서 펼칠 방법은 무엇인가?” “세계정세는 다극화 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우리 국방정책은 양극체제에서의 대응 방식에 편중되어 있지 않은가?” 등 다양한 질문들이 쏟아졌다. 이 질문들에 대한 답변은 과학기술사관제도의 활성화, 직업군인 전문성을 매트릭스로 분류해서 기업의 수요와 연계하는 방안, 북한의 위협을 놓치지 않되 변화하는 세계정세 속에서 우리의 역할 범위를 명확히 설정해서 대응하는 방안 등이 제시되었다.

한 줄 정책제안

“전 세계에서 2년씩 의무적으로 군복무 하는 나라는 많지 않다. 군대를 2년짜리 대학이라고 생각하면 군에서도 커리큘럼을 준비해서 사병들을 잘 교육시킬 생각을 해야 한다” (윤종록 가천대 석좌교수)

“가고 싶은 군대를 만들려면 이순신 장군이 만든 군대를 만들어야 한다. 학익진이라는 뛰어난 전술 전법은 당시 신개념 무기체계(거북선, 총통으로 무장한 판옥선)를 개발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양병희 KAIST 초빙교수)

“가고 싶은 군대를 이끄는 장교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 간부 한 명의 변화에 따라 조직이 달라지기도 한다” (노영구 국방대 교수)



‘여시재 지식포차’는 여시재 내부에서 진행된 연구성과를 외부와 공유하고 시대의 현안에 대해 대중과 소통하며 현실적인 정책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취지로 마련된 행사다. 지난 11월을 시작으로 12월에 두 번째 행사가 열렸다. 이번 행사에서는 2019년 일 년간 여시재의 주요 연구활동 등에 대한 소개도 이루어졌다.

지식포차를 방문한 한 참석자는 “이 같은 소통의 자리를 마련해서 좋았다”며 “전문가로 이뤄진 패널들과의 토크 콘서트라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평했다. 다른 참석자는 “좀 더 긴 호흡으로 심도 깊은 토론이 길게 이어졌으면 좋겠다”며 짧은 시간에 아쉬움을 전했다.

여시재는 내년에도 연구소의 문턱을 낮추고 일반 시민들과의 접점을 넓히기 위해 소통의 자리를 적극적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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