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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재미래전략연구원은 지난 11월 2일과 3일 개최된 2023 아시아경제공동체포럼(AECF 2023)에서 세 개의 특별 세션을 진행했습니다.
“미중경쟁시대의 아시아경제공동체: APEC이냐 IPEF냐?”라는 대주제 아래, 태재미래전략연구원에서 그동안 진행해 온 연구 주제 가운데 ▲핵 군축 ▲기후변화 이슈를 중심으로 미·중 간 전략 대화의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한 특별 토론 세션을 운영했습니다. 더불어 아시아경제공동체재단, 대외경제정책연구원과 함께 개발한 ‘동북아지역협력지수’ 특별 세션을 마련해 2년간의 연구 및 개발 결과를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그 가운데 두 개의 특별 온라인 토론 세션 <핵 경쟁과 신흥 안보 도전: 핵 군축을 향한 미·중 협력의 모색>과 <기후위기 대담 - 탄소중립 조기 달성을 위한 기술적, 경제적, 제도적 해법과 미·중 협력>에서 오간 토론 내용을 정리해 공개합니다.
[특별 세션 1] 핵 경쟁과 신흥 안보 도전: 핵 군축을 향한 미·중 협력의 모색
Nuclear Arms Race and Emerging Security Challenges: Is US-China Cooperation on Nuclear Disarmament Feasible?
· 좌장: 김원수 (태재미래전략연구원 국제자문위원장)
· 발표자:
프란체스카 지오바니니 (하버드대 벨퍼센터 Managing the Atom 프로젝트 총괄 책임)
통차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
손한별 (국방대 군사전략학과 부교수)
전재성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강대국 간의 패권 경쟁이 심화하고 전략무기 감축 및 통제를 위한 국제 제도가 약화되면서 핵 전쟁의 위협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최근 인공지능, 사이버, 극초음속 미사일 등 날로 개발이 가속화되고 있는 신기술을 전략무기와 결합하려는 시도가 이뤄지면서 핵 경쟁의 과열을 방지하기 위한 새로운 규범과 군축 제도 마련이 시급해지고 있다. 11월 2일 아시아경제공동체포럼(Asia Economic Community Forum)에서 진행된 본 세션에서는 한, 미, 중 전문가와의 심층 토론을 통해 패권 경쟁 구도에 들어선 미국과 중국이 핵 전쟁의 위협을 줄이기 위해 협력할 수 있는 분야를 찾고 구체적인 접근 방안을 모색해 보고자 했다.
프란체스카 지오바니니 교수는 현재 미국과 중국은 복잡한 상호의존 관계에 얽혀 있으며, 이러한 상황에서 경쟁의 과열을 막고 오해와 불신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양국의 주요 정책결정자 간에 긴밀한 의사소통이 이뤄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특히 미국은 중국에 일방적으로 투명성을 강요하기보다는 중국의 국내 의사결정 구조 및 정치 상황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상호 핵 전력 및 전략에 대해 투명성과 신뢰를 제고할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오바니니 교수는 그 시작점으로서 “비대칭적 (제한적) 정보 공유”를 제안했다. 이를 통해 미, 중이 각자 부담 없이 공유 가능한 정보를 자발적으로 주고받음으로써 오해와 오판의 가능성을 줄이고 장기적 신뢰 구축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고 보았다.
통차오 선임연구원 역시 미국과 중국의 전략 관계 안정화에 상호 오해와 불신이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로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상대의 전력 증강이나 경계 태세 변화를 곧바로 위협으로 받아들이는 안보 딜레마적 상황이 미-중 전략 관계 전반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언제든지 예상치 못한 위기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안정적인 위기 관리를 위한 대안으로써 미-중이 호혜적인 위기 감소 조치를 취하는 “협력적 자제”에 참여할 것을 제안했다. 더불어 “협력적 자제”의 일환으로 미-중 간 대만해협에서의 핵 선제사용 금지를 제안했는데, 이를 통해 미국이 대만에 대한 중국의 핵 사용을 방지함과 동시에 미국의 억제력 약화에 대한 동맹국들의 우려도 해소할 수 있다고 보았다. 중국 역시 기존 핵 선제사용 금지 입장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기 때문에 동북아 지역 내 안보 상승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측했다.
손한별 교수는 전략무기의 양적 증강이 아닌 질적 향상이 향후 미-중 핵 경쟁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았다. 신기술(인공지능, 우주, 사이버 등)과 재래식 신무기(극초음속 미사일)가 전략무기와 결합되었을 때 양적 증강을 훨씬 능가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았으며, 특히 급속한 기술 발전을 통해 1차 타격 능력의 실현이 가능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신기술 및 재래식 신무기와 전략무기의 결합에 대한 미국과 중국의 자발적인 자제가 매우 중요하며, 핵 선제사용 금지에 대해서도 합의를 이루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재성 교수는 중국의 핵 전력 증강과 러시아의 핵 사용 위협, 전략무기 감축을 위한 국제 협약의 잇따른 붕괴로 인해 국제 안보 환경이 급속도로 불안정해지고 있으며, 특히 미-중-러 간 전략 경쟁이 다시 심화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또한 북한과 중국이 더욱 공세적인 방향으로 핵 전략을 조율할 경우, 미국의 핵 우산에 대한 동맹국들의 우려가 깊어지면서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만해협에서 미, 중의 핵 선제 사용을 금지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 지역에서 재래식 전력의 우위를 가진 중국이 재래식 전쟁을 통해 대만, 그리고 미국 본토까지 선제 공격할 가능성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대만, 한국, 일본을 핵무장으로 한 걸음 더 다가가게 하는 부작용이 있을 것으로 보았다.
이번 특별 세션은 미-중 핵 군축 대화의 필요성과 시급성을 널리 공감하고 재확인하는 기회가 되었으며, 토론을 통해 한, 미, 중의 관점에서 대화의 문을 열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제시됐다. 이를 바탕으로 현재 양국 간 협의가 가능한 분야를 압축해 나가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특히 핵 선제사용 금지와 같은 선언적 정책, 인공지능/우주/사이버 등 신기술과 전략무기의 결합, 핵 경보 태세 등의 문제에 대해 미국과 중국이 자발적으로 정보를 교환하고 위기 저감 조치를 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접근 방법에 있어서 아직 미-중 전문가 간 의견 차가 크다는 점에 유념해, 향후 태재미래전략연구원에서는 미, 중의 입장에서 걸림돌을 정확하게 짚어내고 상호 타협 가능한 절충 지대를 찾아내는 방향으로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특별 세션 2] 기후위기 대담 - 탄소중립 조기 달성을 위한 기술적, 경제적, 제도적 해법과 미·중 협력
Climate Crisis Roundtable: Technological, Economic, and Institutional Approaches to Accelerate Carbon Neutrality and US-China Cooperation
· 좌장: 김찬우 (경상국립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초빙교수, 전 기후변화대사)
· 발표자:
남기태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 교수)
조용성 (고려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전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장)
박덕영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용건 (한국환경연구원 기후대기연구본부장)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은 ‘끓는 지구(global boiling)’의 시대가 시작되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시민들까지 기후위기를 체감하는 시대가 되었지만, 온실가스 다 배출 국가들은 여전히 실질적인 노력을 보이지 않고 있다. ‘1.5℃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가능성이 제기되는 현시점에서 국가들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유의미하게 줄이는 것이 시급하다. 따라서 태재미래전략연구원에서는 국제 사회가 단합해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지난 11월 3일 아시아경제공동체포럼(AECF) 특별 세션으로 기후위기 대담을 주최했다.
※ 1.5℃ 목표: 2100년까지 평균 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내로 억제하는 목표. 기후위기 대재앙을 막기 위한 것으로, 파리협정에는 2℃ 이내로 유지하되, 1.5℃를 넘지 않도록 노력하자는 목표가 제시되었으나,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총회(COP26)에서 1.5℃ 이내로 제한하겠다고 목표 수준을 강화했다.
1. IPCC 주도 아래 심각성을 알리는 레드라인을 설정해 위기의식 제고
남기태, 박덕영 교수는 기후위기 문제 해결이 시급함에도 위기의식 수준이 낮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기업은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리는 등 기후위기 관련 규제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반면, 정부는 신속하게 대응하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조용성 교수는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의 주도 아래, 기후위기 대재앙을 막을 수 있는 레드라인을 설정해 위기의식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한 방안으로 IPCC 특별보고서에서 레드라인을 집중적으로 다루어 유의미한 결과를 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김용건 위원은 폭우 등 기후재난의 영향을 나타내는 지표를 연구하고, 레드라인과 연계해 실효성 높은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2. 적정 가격 형성 등 국제 탄소시장 출범을 위한 단계적 제도화 필요
김용건 위원은 적정한 온실가스 가격 설정에 의한 기술의 개발과 상용화의 활성화 및 온실가스 배출권을 거래하는 국제 탄소시장 출범으로 온실가스 감축을 앞당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기간에 세계적인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ETS)를 내놓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또한 독립적인 기구와 중장기적 계획을 마련해 정권 교체에 따른 탄소시장의 불안정성을 해소해야 하며,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인 기업에 충분한 인센티브를 지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조용성 교수는 배출 가능한 온실가스 총량을 엄격하게 설정하고 개인, 기업,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을 체계적으로 모니터링해 온실가스 감축의 실효성을 높여야 함을 지적했다.
3. 파리협정 체제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대안 모색
강제적 구속력 없는 파리협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박덕영 교수는 파리협정 제제를 강화하기 위해 협정에 명시되어 있는 재정, 기술, 역량 배양 지원을 통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함께 기후행동을 실천하도록 유도해야 함을 강조했다. 또한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를 기후 클럽(Climate Club)으로 대체하는 방안도 검토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김용건 위원을 통해 제시됐다. 기후 클럽은 기후경제학으로 201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한 윌리엄 노드하우스(William D. Nordhaus)가 고안한 개념으로 미가입국에 강한 규제를 적용함으로써 가입국이 온실가스를 감축해 얻는 이익을 상대적으로 크게 만들고,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국가들이 미온적으로 반응하는 ‘무임승차’를 막는 것을 핵심 설립 목표로 한다.
4.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미국과 중국이 기후 리더십을 강화해야
미국과 중국이 적극적으로 기후행동 실현을 주도해야 한다는 견해가 많은 공감을 얻었다. 오바마-시진핑 당시 미·중 정상이 협력 의지를 밝히며 합의를 압박한 파리협정의 성공 사례에서처럼, 미국과 중국의 리더십은 향후에도 핵심적인 요소다. 이에 조용성 교수는 미·중이 협력을 통해 얻는 이익이 충분히 크거나 기후위기 상황이 매우 악화하여 협력이 불가피한 시점이 되어야 모든 갈등을 넘어 실효성 있는 협력 체제를 구축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남기태 교수 또한 미·중 양국이 시너지 효과에 대한 공감대를 갖고 있으며, 한국이 양국의 이러한 이해관계를 파악하여 협력을 이끌어낼 방안을 지금부터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후재앙의 심각성과 시급성에 비해 파리협정 등 기존의 글로벌 대응 체계는 명백한 한계를 드러내고 있어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문제의 시급성을 국제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레드라인을 설정하여 위기의식을 제고하고, 사회와 시장이 함께 대응할 수 있는 경제적 유인과 함께 강력한 규제가 마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미국과 중국이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각성하고 새로운 국제 기후위기 대응 체제를 만드는데 앞장서야 한다.
태재미래전략연구원은 이를 위해 미국과 중국의 주요 싱크탱크와 정부 기관과 협력하여 1.5트랙에서 양국 간 공감을 유도하고 대안을 마련하여 향후 양국 정부 및 국제사회가 임박한 기후위기에 시의적절하게 공동 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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