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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이 미래다 / 01 / 디지털의 개념과 역사] “300년 전 라이프니츠에서 현대 AI까지” - 디지털시대를 이해하기 위한 최소한도의 지식

이명호 (디지털사회 PM)

2018.12.13

여시재 e-핸드북 발신을 시작합니다.

여시재가 e-핸드북 제작을 시작합니다. e-핸드북은 10회 안팎의 연재물을 통해 해당 이슈에 대한 종합적 지식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연재물을 모두 모으면 하나의 e-핸드북이, 그것을 인쇄하면 소책자가 될 것입니다.

여시재는 그 첫 번째 주제로 ‘디지털이 미래다’를 선택했습니다. 디지털은 이미 운명이 되었습니다. 디지털은 생활 속에 파고든 범용(汎用) 기술이면서 동시에 미래를 만들어갈 지식 기술입니다. 최근에는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인공지능의 발달로 지식의 생산에 인간만이 아니라 기계도 참여하는 지식 시스템의 새로운 국면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지식 혁명은 생산 혁명으로 이어지고 결국 공간 혁명으로 통합될 것입니다. 이 혁명을 관통할 가치도 크게 변모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산업혁명을 꽃피운 자유, 평등, 소유의 가치와는 또 다른 가치가 요구될 것입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예상하듯이 그것이 개방(Open), 협력(Collaboration), 공유(Commons)일까요? 인간의 노동은 어떻게 바뀔까요? 이런 문제에도 답변을 시도해 볼 것입니다.

‘디지털이 미래다’는 이번주를 시작으로 주 1회씩, 모두 10번 연재합니다. 여시재에서 디지털 사회를 이끌고 있는 이명호 박사가 씁니다. 이 박사는 연세대를 졸업하고 KAIST에서 IT-MBA 석사과정과 기술경영전문대학원 박사과정을 마쳤습니다. (주)OD Corea 대표컨설턴트와 삼성SDS 미주법인 시니어컨설턴트로 일했습니다. ‘노동 4.0’ 등 여러 책을 썼습니다.

연재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디지털의 개념과 역사
2. 변화의 동력, 지식 패러다임 변화
3. 인쇄술과 엔진의 사회 산업사회
4. 디지털은 어떻게 사회를 변화시키는가
5. 인터넷, 대중의 시대를 열다
6. 지식의 미래, 인공지능 시대
7. 플랫폼 경제의 명암
8. 기업과 노동의 미래
9. 일과 오피스의 미래
10. 에필로그/디지털 대전환의 시대


<여시재 e-핸드북>

디지털이 미래다 #01 디지털의 개념과 역사

디지털(Digital)이라는 용어가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은 지도 20년이 넘었다. 디지털이라는 용어를 세계적으로 주목받게 한 사람은 니콜라스 네그로폰데(Nicholas Negroponte)라고 할 수 있다. MIT 미디어랩(Media Lab) 설립자인 그는 1995년에 <디지털이다(Being Digital)>라는 책을 펴내고 디지털의 전도사가 되었다. 우리나라에는 바로 다음 해인 1996년에 번역 소개되었다. 당시 IT 강국을 지향하던 우리나라에서도 이 책은 많은 주목을 받았다. 디지털은 최신, 첨단의 이미지로 곳곳에서 브랜딩과 마케팅 수단으로 쓰였다. 디지털이라는 용어의 남발이 지금은 오히려 그 용어를 식상하게 할 정도다. 요즘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가 더 신선하게 다가온다.

그러나 필자는 다른 어떤 용어보다도 산업혁명과 대비되는 다음 사회를 표현하는 용어로 디지털 이상이 없다고 생각한다. 네그로폰테는 <디지털이다>라는 책에서 이렇게 기술했다. “기술의 최소 단위를 연구하고 그 기술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기계를 분석하면 그 기계가 가져오는 인류사회의 변화를 해석할 수 있고, 그 속에서 사회 변혁의 원동력을 찾아내면 새로운 질서의 창조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 네그로폰테가 말한 이런 기술을 일반적으로 범용기술(GPT: General Purpose Technology)이라 한다. 범용기술은 많은 경제 분야에 영향을 주는 모태가 되는 기술로써, 일반 가정의 삶의 방식뿐만 아니라 기업, 사회의 운영방식에도 큰 변화를 가져오는 근본적인 기술을 의미한다.


“사고란 계산이다”
400년 전, 토마스 홉스 (Thomas Hobbes, 1588~1679)
“모든 언어는 0과 1로 이뤄진 인공기호 시스템으로 쓰는 것이 가장 합리적”
300년 전, 라이프니츠 (Gottfied Wilhelm Leibniz, 1646~1716)
“생각하고 상상하는 방식대로 인간의 기억을 저장하고 확장하고 나아가 네트워킹을 하게 될 것”
80년 전, 바네바 부시 (Vannevar Bush, 1890~1974)
“기술의 최소 단위를 연구하고 그 기술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기계를 분석하면 그 기계가 가져오는 인류사회 변화를 해석할 수 있고,
그 속에서 사회 변혁의 원동력을 찾아내면 새로운 질서의 창조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

20년 전, 니콜라스 네그로폰테 (Nicholas Negroponte, 1943~현재)

400년 전 홉스 “思考란 계산이다”

산업사회의 범용기술은 엔진이었다. 엔진의 동력원이 증기기관에서 시작하여 석탄에서 석유, 전기, 배터리로 바뀌었다. 엔진이 내연기관에서 모터로 발전하였지만, 구동축을 중심으로 회전력을 발생시킨다는 점에서 동일했다. 이런 엔진 기술은 공장의 동력기, 기차와 자동차라는 교통수단, 세탁기와 청소기 등의 가전제품, 전축 등 음향기기에 이르기까지 산업사회의 모든 제품에 동력을 제공했다.

이 시대의 범용기술은 당연히 디지털이다. 컴퓨터와 인터넷이 없으면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 전화에 컴퓨터가 들어가 스마트폰이 되었다. 내비게이션, MP3, POS(판매기록관리시스템) 등 모든 제품에 컴퓨터 기능이 들어가고 있다. 증기기관이 산업사회를 열었다면, 컴퓨터와 디지털이 연 이 시대는 디지털사회라고 해야 할 것이다.
디지털사회를 이해하고, 전망하고, 선도하기 위해서는 먼저 네그로폰테가 말했듯이 디지털이라는 최소 단위의 기술적 특성을 이해하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디지털은 신호의 가장 작은 단위인 On과 Off를 0과 1이라는 비트(Bit)로 표현하여 모든 정보와 프로세스를 구성하는 기술이라는 점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디지털의 기원이 생각 보다 훨씬 오래됐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모든 언어는 0과 1로 이뤄진 인공기호 시스템으로 쓰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말한 것은 라이프니츠(Gottfried Wilhelm Leibniz, 1646~1716)였다. 무려 300년 전 라이프니츠가 컴퓨터를 원리적으로 발명했다고 볼 수 있다. 그보다 수십 년 전 토마스 홉스(Thomas Hobbes, 1588~1679)는 “사고란 계산이다”라고 했다. 디지털로 정보를 다루고 사고를 처리하는 학문적 단초가 이때 이미 마련되었다고 할 수 있다. 비트가 0과 1의 두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면, 생명체의 유전자(DNA) 또한 4가지(A, G, C, T) 요소로 구성된 정보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디지털이라는 개념이 실제 형태를 가진 기계로 등장하기에는 300여 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계산 기계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40년대 중반이었다. 3년에 걸친 제작과정 끝에 1946년에 완성된 에니악(ENIAC: Electronic Numerical Integrator And Computer, 전자식 수자 적분 및 계산기)의 당초 용도는 군사용이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포탄의 탄도 계산을 위해 개발에 착수하였으나 완성이 되기 전에 1945년 종전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후 난수 연구, 로켓 연구, 풍동 설계, 일기예보 연구 등의 각종 과학 분야에서 사용되었으며, 수소폭탄 시뮬레이션에도 쓰였다. 에니악의 성능은 오늘날의 공학용 계산기 수준에 불과하였지만, 무게만 30톤에 달하고 제작비용이 50만 달러(오늘날의 가치로는 약 645만 달러)에 달했다.

에니악이 등장하던 시대에는 컴퓨터가 이렇게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이것 없이는 못 사는 기계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계산기 수준에 불과하던 이 기계는 기계 간 통신을 위한 네트워크로 진화하게 된다. 1969년에 등장한 알파넷(ARPANET)이다. 당시 알파넷도 미군의 대형 컴퓨터들 간 네트워크였지만, 1990년대에는 민간에 개방되면서 인터넷(Internet)으로 새롭게 탄생했다. 인터넷은 1980년에 들어서면서 개인에게까지 파급된 개인용 컴퓨터(PC: Personal Computer)를 전세계 통신망에 연결시킴으로써 컴퓨터의 역사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 1993년에 등장한 웹(Web: World Wide Web의 약자로 WWW라고도 함) 브라우저인 모자익(Mosaic)은 인터넷을 전문가들의 텍스트 통신에서 일반 사람들을 위한 멀티미디어 페이지로 바꾸어 놓았다. 그리고 책상 위의 컴퓨터(Desktop PC)는 2007년 애플(Apple) 아이폰(iPhone)의 등장으로 이제 우리 손안의 스마트폰(Smart Phone)으로 바뀌었다.

이러한 혁신적인 기술과 기계의 등장에는 항상 선구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한 인물이 있기 마련이다. 인터넷의 웹, 하이퍼텍스트는 기존의 책과 같이 순차적으로 정보를 담는 방식이 아닌 관련 정보로 뛰어넘는 링크로 구성된 새로운 정보 저장 방식을 선보였다. 인터넷과 하이퍼텍스트 개념을 처음 제시한 사람은 바니바 부시(Vannevar Bush, 1890~1974)다. 아날로그 컴퓨터의 선구자이기도 한 그는 1939년 메멕스(Memex, Memory Extender)를 고안했다. 기억 확장기라는 개념의 가상의 기계다. 우리가 생각하고 상상하는 방식대로 인간의 기억을 저장하고 확장하고 나아가 네트워킹을 하게 될 것이라는 개념을 담고 있다. 이 개념은 <우리가 생각하는 대로(As we may think)>라는 제목으로 1945년에 발표되었으며, 정보의 효율적인 저장과 검색, 연결이라는 개념은 인터넷과 하이퍼텍스트 발전에 영감을 주었다. 그리고 부시의 MIT 제자였던 클로드 섀넌(Claude Shannon)은 정보이론을 제시하고 디지털 회로 디자인을 발명하여 컴퓨터가 등장하는데 커다란 디딤돌을 놓았다.

0과 1이라는 디지털이 사고 처리와 정보의 기본 단위가 될 수 있다는 논리를 기반으로 개발된 컴퓨터는 네트워크로 연결되면서 오늘날과 같은 인터넷과 웹, 하이퍼미디어, 모바일의 시대로 진화하였다. 디지털이라는 특성 자체에 이런 발전이 이미 내재되어 있었다고 할 수도 있다.

디지털,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다

디지털의 개별적(Node) 특성, 연결된(Link) 특성, 공간적(Space) 특성이 어떻게 발현되고 있는지를 되짚어 보면 디지털에 의한 변화를 이해하고, 앞으로의 발전 방향을 전망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디지털의 Node로서의 특성은 첫째 통합성이다. 글(text), 소리(Sound), 그림(Image), 영상(Video) 등 각기 다른 성질의 아날로그 정보들이 비트로 통합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통합성이 탄생시킨 것이 멀티미디어의 시대다. 둘째는 복제성으로 정보의 손실과 변형, 손상 없이 무한 저장, 복제, 변환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복제에 따른 비용도 거의 Zero(0) 수준이다. 셋째 비트는 빛의 속도로 물리적인 장벽이 없이 확산될 수 있다. 이러한 복제성과 전파성은 디지털 콘텐츠의 유통 비용을 제로로 만들었다. 아날로그 시대의 상품은 추가 생산을 하는데 최소 원료비와 가공비가 들었는데, 디지털 콘텐츠는 인터넷상에서 추가 비용 없이 무한대로 복제, 전파될 수 있다. 넷째는 축적성 또는 저장성이다. 비트는 거의 공간을 차지하지 않고 무한의 정보를 수집, 저장할 수 있다. 아날로그 방식으로는 정보가 책이나 비디오에 담길 경우 많은 저장 공간이 필요했으나, 디지털 방식으로는 아주 작은 칩에 책 몇천, 몇만 권의 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디지털의 특성으로 인하여 디지털로 변형된 정보는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없고 하드디스크, 메모리 등 디바이스에 저장되어 프로세싱을 거쳐 디바이스의 디스플레이 등 인터페이스를 통하여 표출될 수 있다는 특성을 가지게 된다. 책과 메모 등은 정보가 이들 매체와 일체된 형태로 존재하지만 디지털 정보는 디지털과 디바이스가 결합된 형태로 언제든지 수정과 삭제 등 변형이 가능한 형태로 존재하게 된다.

디지털은 위와 같은 개별 Node로서의 특성들이 연결(Link)되어 새로운 특성이 나타난다. 우선 연결성이라는 네트워크(Network) 특성으로 디지털은 연결 비용이 제로(0)에 수렴하고 연결이 무한 증식될 수 있다. 이는 사용자들이 몰리면 몰릴수록 사용자 간의 영향이 증가하여 사용자가 계속 늘어나는 ‘네트워크 효과’를 일으키며, 경제적으로는 특정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가 많아질수록 해당 상품의 가치가 더욱 높아지는 현상인 ‘네트워크 외부성’(network externality)을 만들어 낸다. 둘째는 디지털의 비경합성이다. 일반적인 아날로그 재화는 한 사람이 사용하면 다른 사람이 그 재화를 소비하는데 제한을 받는 경합성이 있지만, 디지털 재화는 두 사람이 동시에 사용해도 제한을 받지 않는 비경합성을 가진다. 셋째 비경합성은 공유성으로 나타나고, 오히려 추가 비용 없이 사용자가 증가하면 증가할수록 가치가 커지는 특성을 가지게 된다. 넷째 디지털은 연결과 거래가 용이해지면서 표준화된 규칙(룰)을 기반으로 공유성과 연결성을 극대화한 플랫폼으로 발전하게 된다. 다섯째, 네트워크에의 연결과 접속이 쉬워지면 동시에 단절과 재연결이 쉬워지면서 상호 독립적 결합과 분리라는 유동성의 강화를 가져온다. 특정 노드에 급속히 연결이 몰렸다가 급속히 빠져나가는 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왜 플랫폼 경제-공유경제로 갈 수밖에 없는가

일반적으로 디지털화(Digitalization)란 정보, 자료를 디지털 노드(Node)로 만드는 것을 의미하며,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라고 하면 노드 간의 네트워크를 통하여 프로세스를 디지털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디지털은 데이터(Data)와 정보(Information)를 다루는 지식기술이면서도 동시에 프로세스(Process)를 다루는 프로그램(Software Program)이라는 측면에서 테크놀로지(Technology), 즉 범용기술이 되는 두 가지 특성을 모두 갖게 된다. 데이터와 프로세스라는 특징을 동시에 갖고 있는 디지털은 결국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으로 발전하고 있다. 인공지능에 대해서는 뒤에 지식의 미래 파트에서 자세히 다루기로 한다. 또 하나의 측면은 디지털이 아날로그 세상과 결합되어 가상물리시스템(CPS: Cyber-Physical Systems)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이 부분 또한 뒤에서 다루고자 한다. 이는 디지털이 디바이스를 통해서만 존재할 수 있다는 특성과 연관된 것으로, 이러한 디바이스의 기능이 모든 사물에 내재되고 확대되는 것이 가상물리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디지털의 노드와 네트워크 특성을 이해하면 전자 상거래에서의 거래 비용 감소와 중개 기능의 해체, 특정 네트워크 서비스·기업의 시장 지배력 강화, 플랫폼 경제, 공유경제 등으로 발전하게 되는 디지털 관련 산업의 발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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