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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인사이트] 미·중 경제패권, 뜨거운 戰場 - 어디서 發火할 것인가

유진석

2019.02.28

미·중 무역분쟁이 3월 말 미국에서 열릴 정상회담에서 일단 마무리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는 ‘전략적 휴전’에 해당할 뿐이다. 패권 경쟁이라는 기본 구조가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분쟁은 언제, 어느 지점에서라도 재점화 될 것이다. 특히 게임 체인저에 해당하는 미래 산업 분야와 에너지 산업이 주 전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재)여시재와 성균중국연구소는 ‘중국의 변화’를 장기 과제로 잡고 공동연구를 진행해왔다. 그동안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이번에 중앙일보와 함께 ‘미·중 경제패권’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현시점에서 발화(發火)된 지점이 미래의 전장이 될 것이며, 한국에는 바로 그곳이 위기의 지점이 될 것이다. 이 싸움의 배경과 상황을 공유하기 위해 그동안 연구된 내용과 보도된 내용의 핵심을 재정리했다.

1. AI
미·중 국가 정상까지 나서 전면전 시작

(사진: 중앙일보)

유발 하라리는 “미·중 무역전쟁 보다 AI 기술개발 경쟁이 더 걱정된다”고 했다. 무역전쟁의 이면에 AI 영토전쟁이 있다는 얘기다. 두 나라는 AI 기술 선점에 패권의 향배가 걸렸다고 보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작년 10월 중앙정치국 집체학습에서 “AI는 신과학기술 혁명과 산업 변혁을 이끄는 전략기술이자 전 분야를 끌어올리는 선도·분수 효과가 강력한 기술”이라고 했다. AI 3대 요소 중 알고리즘과 컴퓨팅 파워 분야에서 미국은 절대 우세 상황이다. 중국은 13억 인구를 바탕으로 데이터 분야에서 미국을 따라잡았다. 한국 소프트웨어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AI 연구 역량은 양적인 측면에서 이미 미국을 제쳤다.

미국은 이를 중대한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다. 2월 11일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정부 모든 기관이 AI 연구개발과 투자에 우선순위를 두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명식에서 “AI 분야에서 지속적인 리더십은 미국 경제와 국가안보 유지에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한국은 이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기술경쟁의 완충지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인가, 사활이 달린 문제다.

2. 5G
기술표준 선점 효과는 파괴적

(사진: 중앙일보)

현재 미·중 충돌이 가장 가시적으로 드러난 분야가 5G다. 5G는 미래 생활을 바꿀 근원 기술이자 모든 미래 기술의 시작점이다. 두 나라의 경제는 물론 군사 분야 경쟁력을 설정하는 핵심 타깃이 5G다. 5G가 구현되어야 자율주행차, AI, 가상·증강현실 등 핵심 미래 산업에 최적의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

5G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창하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의 핵심 추진과제다. 그는 1월 초 국정연설에서 5G를 포함한 첨단기술산업 패권 추구를 선언했다.

중국은 앞서 있다. 중국은 5G와 4G 혼합운영을 올해 시작하고 미국은 내년에 시작한다. 4G를 탈피해 완전 5G 독자운영체제 개시는 중국이 2020년, 미국이 2025년이다. 중국이 미국에 5년 앞서 체제를 구축할 수 있는 것은 정치 시스템과 관련 있다. 만약 중국이 5G 기술표준을 선점한다면 그 부가가치, 전략적 가치는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작년 12월 세계 최대 통신기술 업체 화웨이 CFO 체포는 전쟁의 시작이다. 미국은 영국 호주 뉴질랜드 폴란드 등과 5G 동맹 구축을 시도 중이고, 중국은 우방국 및 인접국에 기술적 영향력 전파를 추구하고 있다.

세계가 5G 기술을 둘러싸고 양분될 위기에 처했다. 이런 상황은 한국에 ‘확대판 사드 사태’가 될 수 있다.

3. 에너지
무역분쟁 이면에 에너지 전쟁

(사진: 중앙일보)

AI와 5G가 소프트라인이라면 에너지는 하드라인이다. 에너지 패권을 유지하려는 미국과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려는 중국의 총성 없는 전쟁이 표면화되기 시작했다.

‘중국제조 2025’에는 액화천연가스(LNG)와 신재생에너지·원전기술이 포함됐다. 중국은 러시아산 LNG 도입을 늘리고 미국산 LNG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에너지 수요-공급 지도를 변경하겠다는 시도다. 국제 원전과 핵기술 시장에도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시작했다.

미·중 무역갈등의 이면에는 미국산 LNG를 중국이 얼마나 더 수입할 것인가가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는 작년 3월 중국인민해방군이 미 태양광업체인 솔라월드와 원전업체 웨스팅하우스 기술을 해킹해 중국 국영기업에 제공했다고 발표했다. 현재 신재생에너지 관련 미·중 생산 규모나 기술격차는 크다. 하지만 중국은 빠른 속도로 차이를 좁혀가고 있다.

에너지가 충돌하는 지점에서 전쟁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역사는 증명하고 있다. 만약 중국이 더 거세게 미국 주도 국제 에너지 질서에 도전한다면 한국에는 큰 리스크가 될 것이다.

4. 메콩강

(사진: 중앙일보)

메콩강은 중국에서 발원해 미얀마 라오스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 등 동남아 5개국을 따라 흐르는 인도차이나의 젖줄이다. 약 7000만 명이 이 강에 의지해 산다. 미·중 갈등은 남중국해, 일대일로에 이어 이곳에까지 이르렀다.

메콩강의 수량은 상류부인 중국이 쥐고 있다. 중국은 1995년 ‘만완’이라는 첫 댐을 시작으로 수력발전용 댐을 줄줄이 건설했다. 앞으로도 20여 개를 더 세울 계획이다. 중국이 물을 틀어쥐자 하류 국가들은 물 부족, 어획량 감소, 수질 악화, 토양침식 등 큰 피해를 겪고 있다. 2016년 베트남에 100년 만의 가뭄이 닥쳐 쌀 수확량 3억t이 줄었다.

중국은 유역 5개국과 ‘협력회의’를 만들어 당근과 채찍 전략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중국은 메콩강을 전략적 요충으로 생각한다. 미국은 불안해하는 메콩 유역 국가 지원에 나서고 있다. 2009년 이미 미국이 주도하는 유역국가 각료회의가 열렸고 세계은행은 10억 달러를 이 지역에 투입기로 했다.

메콩강은 남중국해에 이은 제2의 화약고가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입장에선 메콩강에서 영향력을 확보해야 남중국해에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동남아 국가들도 중국 견제를 위해 미국을 끌어들이려 한다. 베트남이 43년 만에 미 항모를 다낭 항에 입항시킨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은 수자원이 풍부한 나라다. 그러나 지역별 불균형이 심각하다. 특히 경지의 3분의 2가 집중된 장강 이북 지역 수자원이 전체의 20%에 불과하다. 중국이 이로 인한 생존 문제에 부닥칠 경우 공격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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