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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인사이트] 모디 총리 “인도를 한국과 같은 나라로 만들고 싶다” - 大國 인도가 다가오고 있다, 이 기회 놓치지 말아야

신봉길 (인도 대사)

2019.06.12

2018년 7월 인도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과 모디 인도 총리. (사진: 주 인도 대한민국 대사관 홈페이지)

인도의 국가발전 모델은 한국

모디 인도 총리가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었다. 9억 명의 유권자 중 6억 명 이상이 참가한 전자투표 결과다. 하원 전체 의석의 과반수를 훨씬 넘겼다. 모디 2기 5년 동안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와중에 주요 언론들이 모디 총리가 국가 발전전략의 모델로 동아시아 국가들, 특히 한국을 상정하고 있다는 논평들을 잇달아 내놓고 있어서 흥미롭다.

인도 유력 일간지 이코노믹 타임즈(Economic Times)에 게재된 기사. 한국을 경제 성장 모델로 삼은 모디 총리의 통치 철학에 대해 다뤘으며, 지난 2월 한국 방문 시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의장대를 사열하는 장면과 양국 정상의 친교 만찬장소인 롯데타워 사진도 함께 실렸다.

뉴욕에서 발행되는 시사주간지 ‘타임’의 5월20일 자 타이틀 기사도 그중 하나다. 언론인 아티쉬 타시르(Aatish Taseer)는 모디 총리의 정치철학과 국가발전 비전이 힌두 민족주의와 한국경제모델이라는 두 기둥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을 발전 모델로 상정하고 이를 힌두 르네상스(고대 힌두의 영광 재현)를 통해 실현하려 한다는 것이다. 인도 유력 일간지 이코노믹 타임즈(Economic Times)지도 인도 총선 직후인 5월 말(5.26-6.1) 발간된 주말 매거진에서 비슷한 논지를 폈다. ‘모디 총리의 생각’이라는 특집이다. 이 기사는 그의 통치철학이 한국 및 싱가포르의 ‘동아시아 복지성장 모델’에 크게 영향을 받았다고 썼다. 그리고 모디 총리는 고향인 구자라트주 총리 시절부터 한국을 개발 모델로 배우고 싶어 했다고 소개했다. 이 기사는 모디 총리가 지난해 10월 인도 북부 우타르칸트주에서 개최된 투자 서밋에서 한 연설을 인용했다. “누가 나에게 구자라트주의 이상적인 모델을 어디로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아마도 미국이나 영국이라는 답변을 기대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구자라트를 한국과 같은 나라로 만들고 싶다고 대답했다.” 이 기사는 모디 총리가 지난 2월 한국 방문 시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의장대를 사열하는 장면과 양국 정상의 친교 만찬장소인 롯데타워 사진도 크게 실었다.

한국에 몰입하고 있는 모디 총리

모디 총리가 한국에 몰입해 있다는 주장은 어느 정도 실체가 있는 것일까? 한국에 던지는 함의는 무엇인가? 한국과 인도 관계가 부각되고 있는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오랫동안 인도의 외교 지도에 한국은 잘 보이지 않았다. 인도의 고교 역사 교과서에도 지난해 처음으로 한국의 현대 역사가 소개되었다. 중국, 일본, 아세안 국가들이 진작부터 다루어진 것과 대비된다. 모디 총리는 한국의 가치를 제일 먼저 알아본 것은 자신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한다. 일본이나 서구 국가들과는 오래 전부터 폭넓은 교류가 있었다. 그러나 한국에 착안한 것은 자신이 처음이라는 인식이다. 모디 총리는 구자라트주 총리 시절인 2007년 한국을 처음으로 방문했을 때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한강 및 울산 현대조선소를 방문, 오염된 강의 정비-정화사업 및 첨단 조선 기술을 시찰했다. 그리고 총리로서 첫 집권한 후인 2015년 또다시 방한해 본격적으로 한국의 문을 두드렸다. 당시 모디 총리를 수행했던 쟈이산카르(Jaishankar) 현 외교장관이 필자에게 한 이야기다. “한국 정부는 인도의 적극적 접근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한국은 여러모로 너무 바쁜 나라였다. 기대를 갖고 갔지만 실망이 컸다.” 한때 인도 최대의 재벌인 타타그룹의 글로벌 사업 사장으로 일했던 그는 한국에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변화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한국은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특사를 파견하고 인도와의 관계를 한국의 기존 4강 수준으로 높여나가겠다고 했다. 신남방정책을 내세웠고 인도가 그중 핵심이라고 했다. 1년이 되지 않은 짧은 기간 동안에 국빈급의 상호 방문이 세 차례나 이어졌다. 지난해 7월 문재인 대통령이 인도를 국빈 방문했고 11월에는 한국의 퍼스트레이디가 인도 최대의 축제에 주빈으로 참석했다. 모디 총리도 총선이 임박한 시점인 지난 2월 한국을 방문했다. 상당히 멀게 느껴졌던 양국 국민들 간에 서로에 대한 관심과 정서적 공감대도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고대 인도 아유디아왕국의 공주가 한반도 남쪽 가야국의 김수로왕에게 시집을 왔다는 허왕후 스토리도 많이 소개되고 있다. 경제분야에서도 정부 차원에서 상당히 구체적인 협력 방안들이 논의되고 있다. 방위산업, 제철산업, 태양광, 원전, 우주항공 등 여러 분야에 걸쳐서다.

모디 “나는 마음이 절박하다”

인도의 대외투자 유치기관인 ‘인베스트 인디아’(Invest India)의 바글라 CEO는 모디 총리가 한국을 국가 발전 모델로 상정하고 한국과의 협력에 정성을 쏟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우선은 제조업 강국으로서의 한국의 발전전략이 인도에게 주는 영감이다. 한국은 값싼 노동력을 기반으로 한 제조업으로 시작해 고용을 창출했고 지금은 세계적인 기술 강국으로 발전했다. 일자리 창출이라는 면에서도 13억 인도에게 맞는 모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전략이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정책으로 연결됐다.

한국 기업의 인도에 대한 관심도 최근 수년간 획기적으로 커졌다. 삼성은 단일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의 스마트폰 공장을 인도에 세웠다. 현대자동차도 서구 기업들과 달리 적극적인 현지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본국에서 부품을 가져와 조립하던 GM, 포드 등 서구 기업들을 일찌감치 제치며 성공 스토리를 만들었다.

다른 하나 모디 총리가 한국으로부터 받는 영감은 한국의 스피드와 과감성이라고 한다. 한국은 정부나 기업 모두 의사결정 속도가 빠르고 리스크를 무릅쓴다. 일본이나 여타 서구 국가들과 다른 점이다. 인도를 최단 시일 내에 위대한 나라로 만들겠다는 모디 총리의 조급함과 맞아떨어진다. 필자는 지난해 8월 15일 인도 독립기념일 행사에 참석했다. 뉴델리 붉은 성(Red Fort) 꼭대기 연단에서 모디 총리는 10만 청중을 앞두고 사자후를 토했다. 구상하고 있는 개혁 조치들을 열거했다. 그리고 그 하나하나의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후렴을 연호했다. ‘나는 마음이 절박합니다! (I am impatient!)’. 인도를 마냥 느린 코끼리로만 둘 수는 없다는 절규에 가까운 외침이었다.

100일 내 빅뱅 수준 개혁 조치 내놓을 가능성 커

인도 정부의 핵심 싱크탱크인 국가개혁위원회(NITI)의 라지브 쿠마르 부의장은 모디 정부가 2기 내각 출범 100일 내에 빅뱅 수준의 경제개혁 조치들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했다. 노동관계법 개정, 국영기업의 민영화, 외국기업의 공장부지 조달을 위한 토지은행 설립 등이다. 외국기업 친화적인 획기적 정책 제안들이다. 모디 정부는 2년 전 전국세제통일(GST)이라는 획기적 조치도 시행했다. 외국기업 투자의 가장 큰 걸림돌을 치웠다. 앞으로도 시장 친화적인 과감한 조치들이 계속 나올 것으로 보인다.

그래프 국가별 對인도 투자순위(2000.4~2019.3)

인도의 경제규모(GDP)는 아세안 10개국 전체의 GDP 보다 크다. 인구도 2배 이상이다. 머지않은 장래에 G3 경제로의 부상이 예상된다. 그럼에도 인도는 외국 기업들이 비즈니스를 하기 어려운 대표적인 나라였다. 거버넌스가 통일되어 있지 않아 시간과 비용이 당초 예상을 크게 웃돌기 일쑤였다. 그러나 모디 총리 집권 이후 바뀌어왔고 2기 집권기를 맞아 더 크게 바뀌려 하고 있다. 지난해 세계은행이 발표한 ‘기업하기 좋은 나라’ 순위에서 인도는 77위를 기록했다. 모디 정부 집권 초인 2014년 142위였던 것을 생각하면 빠른 발전이다. 조만간 50위 까지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이 이 흐름을 놓쳐서는 안된다. 마침 양국 관계는 더할 수 없이 좋다. 근래 조사한 인도 국민들의 한국에 대한 호감도도 어느 나라 못지않게 높았다. 마침 중국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는 많은 한국 기업들이 빠져나오고 있다. 한국에게는 새로운 투자처,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아직 한국의 인도 투자는 일본이나 서구권 주요 국가에 많이 못 미치는 10위권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우리 기업의 베트남 투자에 비하면 1/10에도 못 미치는 규모다.

인도는 방위산업, 제철산업 등 국가 기간산업에서도 한국과의 협력을 우선적으로 제안하고 있다. 대기업 위주의 제조업 뿐만 아니라 자영업 및 IT를 중심으로 한 스타트업 기업들에게도 인도는 뉴 프런티어다. 최근 들어 소기업 불모지였던 인도에서 코리아스타트업센터가 설치되고 많은 젊은 인재들이 진출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이러한 기회를 적극 살려야 한다. 한국의 장점인 스피드와 과감성으로 인도에 적극 진출해야 한다. 인도에 새로운 기회가 있다.

한국-인도는 정치군사적으로 부담 없는 관계

한국과 인도는 역사적으로나 정치 군사적으로 서로에게 부담이 없는 관계다. 게다가 중국의 부상에 따르는 견제세력으로서의 인도의 국제정치적 전략적 중요성도 더욱 커지고 있다. 인도-태평양 시대의 도래와 함께 중국을 겨냥한 미, 일, 호주, 인도의 4각 협력이 부각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지금 세계는 미-중 갈등에서 보듯이 국제정치 리스크가 경제와 산업 분야에 직접적이고도 파괴적인 영향을 미치는 시대다. 한국은 미일중러 등 강대국들의 지정학과 지경학이 충돌하는 지점에 위치해 있어 이 국제정치 리스크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한국에게 인도는 원교근공(遠交近攻)의 최적의 파트너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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