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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인사이트] 그린란드가 中에 공항 건설 요청하자 美 매티스 국방장관이 직접 나서 저지 - 트럼프 ‘그린란드 사고 싶다’ 발언 배경엔 ‘中 자본의 북극 진출’이 있다

홍지영 (연세대학교 미래사회통합연구센터 연구교수)

2019.09.11

북극항로 (출처: 여시재 나비프로젝트 핸드북 2019, 이성우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항만·물류연구본부 본부장 작성)

그린란드는 동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북극항로의 핵

얼마 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덴마크령인 그린란드를 매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세계적 화제가 됐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가 불쾌감을 표시하면서 선을 긋기는 했다. 하지만 그 배경을 살펴보면 단순 해프닝으로만 볼 수는 없다. 이것으로 끝이 아닐 수도 있다.

그린란드 면적은 남한의 21배에 해당하는 216만km²로 지구상에서 가장 큰 섬이다. 오스트레일리아가 769만km²인 점을 감안하면 거의 대륙급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거주 인구는 5만 6천 명에 불과하다. 이름과는 달리 영토의 80% 이상이 얼음으로 이루어진 ‘동토의 땅’이다.

그런데 지구온난화로 인한 북극해 해빙(解氷)으로 북극 항로의 상업적 이용이 가능해지는 등 기회의 땅으로 바뀌고 있다. 북극항로를 이용해 부산에서 네델란드 로테르담까지 화물을 운송할 경우 말래카해협과 수에즈운하를 통과하는 기존 적도 항로에 비해 거리로 7000km, 시간으로 10일 정도를 단축할 수 있다. 이 북극항로를 이용한 전 세계 물동량은 작년에 이미 2000만t을 넘어섰으며 올해 3000만t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그린란드는 동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북극항로의 핵에 해당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 섬의 이런 경제적 가치만 보고 관심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패권국가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탐욕을 드러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 배경엔 이번에도 역시 ‘중국’이 있다.

中 정부, “중국은 ‘근(近) 북극 국가’”

미국 입장에서 그린란드는 중국의 북극해 진출을 막는 지정학적 요충지이다. 중국은 육상 실크로드와 해운 실크로드로 구성된 일대일로를 북극 항로까지 연계하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1월 26일 ‘북극정책백서’를 발표했다. 2017년 7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모스크바에서 밝힌 ‘북극실크로드’ 개념을 구체화한 내용이 들어 있다. 백서는 중국이 ‘근(近) 북극 국가’이며 북극권의 직접적 이해당사자라고 주장한다.

2017년 7월 정상회담을 위해 만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중국 자본의 그린란드 진출도 활발하다. 중국의 자원 개발 기업들은 2015년에 20억 달러 규모의 철광석 광산 개발에 투자한 바 있고, 2016년에는 희토류 광물 개발을 위한 광물·에너지 지분을 매입하는 등 중국의 그린란드 투자는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중국이 ‘북극 실크로드’ 사업을 통해 북극항로 개척을 노리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북극해의 전략적 요충지인 그린란드를 매입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이미 미국이 중국의 그린란드 투자를 저지한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중국의 그린란드 신공항 투자 무산이다. 2017년 당시 대형 여객기가 이착륙할 만한 국제공항이 전무했던 그린란드는 3개의 국제공항을 건설할 자금 지원을 덴마크에 요청하였지만 덴마크 정부는 신공항 건설 사업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이에 킴 키엘슨 당시 그린란드 총리는 중국 국영은행에 그린란드 공항 건설 투자를 요청하였고, 중국 역시 중국 건설사가 신공항을 짓는 조건으로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 그러나 중국의 그린란드 공항 투자 소식에 우려를 표한 제임스 매티스 당시 미 국방부 장관이 덴마크 국방부 장관을 만나 설득한 끝에 중국의 그린란드 신공항 투자는 무산되었다. 결국 신공항은 중국 대신 덴마크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건설하게 되었다. 미국은 중국 자본으로 신공항을 건설한 뒤 그린란드 자치 정부가 자금을 갚지 못할 경우 자칫하면 공항 운영권까지 중국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고 한다. 앞으로 이와 유사한 사례가 더 나올 가능성이 있다.

러시아, 中의 일대일로와 북극항로 연계 제안

그린란드는 또한 중국뿐 아니라 러시아도 견제할 수 있는 지정학적 요충지다. 러시아가 중국의 거대한 에너지 시장을 확보하는 동시에 중국 자본을 유치할 목적으로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와 러시아 연안의 북극항로를 연계할 것을 적극적으로 제안하고 있는 상황이므로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가 동업자로 북극해를 지배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시점에 그린란드에 적극적 관심을 보이는 두 번째 중요한 이유는 그린란드의 광물자원이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결정적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그린란드에는 원유, 천연가스뿐 아니라 리튬, 우라늄, 희토류 등 막대한 광물자원이 매장되어 있다. 특히 희토류는 반도체, 레이저 등 첨단 제품 생산에 반드시 필요한 자원인데, 현재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80% 이상이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희토류 수출제한이라는 협상카드로 미국을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므로 그린란드에 매장된 희토류는 중국과의 무역분쟁에서 미국이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힘을 확보할 수 있게 해줄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의 무역전쟁이 거세지는 이 시점에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 매입을 추진하려고 하는 것은 바로 무역협상에서 중국에 약점을 잡히지 않으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

이처럼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 매입을 제안한 배경에는 중국 견제가 자리 잡고 있는 것이 자명해 보인다. 덴마크가 이에 대한 거부 의사를 명확하게 밝히기는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계속 그린란드를 미국으로 편입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미국이 그린란드를 매입하려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50년 전인 1867년 앤드루 존슨 대통령이 시도한 바 있고, 1946년에도 해리 트루먼 대통령이 그린란드 매입을 제안했다가 거절당한 적이 있다. 이 외에 공개되지 않은 시도가 더 있었을 개연성도 크다.

그린란드 反美 정서 높아

그렇다면 트럼프의 이번 시도는 성공할 수 있을까? 여러 이유에서 불가능해 보인다. 미국이 그린란드를 매입하기 위해서는 미국, 덴마크, 그린란드 세 당사자 동의하에 조약을 체결하고 비준해야 한다. 덴마크, 그린란드가 동의할 리가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주민의 88%가 이누이트족인 그린란드의 입장이다. 그린란드는 1979년 덴마크로부터 제한적 자치권을 획득했고 2009년에 와서야 국방·외교를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의 자치권을 쟁취했다. 지금도 주민 대다수가 덴마크로부터의 완전한 독립을 원한다.

또한 그린란드에서 나타나고 있는 반미 정서도 간단치 않다. 일찍이 그린란드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던 미국은 덴마크와 공동방위협정을 맺고 1953년 그린란드 툴레에 공군기지를 설치하여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미국은 냉전 당시 소련 견제를 위해 그린란드에 주둔지에 가져다 놓았던 군 장비와 화학무기 처리 과정에서 환경문제를 일으켰다. 미국은 이를 은폐하다가 2005년이 되어서야 인정하면서도 제대로 된 배상을 하지 않아 반미 분위기가 팽배한 상태이다. 또한 2014년에는 미 공군이 툴레 기지 유지 보수 계약을 미국의 방산업체 ‘벡트러스’의 덴마크 자회사와 맺으면서 갈등을 야기했고, 그린란드 측은 이 계약 변경으로 그린란드 경제가 커다란 타격을 입게 되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이 덴마크에게 외교적 결례를 범하면서까지 그린란드를 돈으로 매입하겠다고 하니 미국에 대한 그린란드 여론이 좋을 리 없다.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는 그린란드에서 미국의 위상을 약화시키고 오히려 중국에 호의적인 분위기를 만들 가능성마저 있다.

중국의 거대 자본 유입은 GDP의 상당 부분을 덴마크로부터의 지원에 의존하고 있는 그린란드에게는 덴마크로부터 완전히 자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결국, 중국의 견제를 위해 그린란드를 매입하고자 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이 오히려 그린란드에서 중국을 유리하게 할 수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매입 의사 표명은 일단 일회성으로 지나가는 듯하다. 그러나 미국 입장에서는 전략적 이해관계가 너무나 크기 때문에 입질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국제 환경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미국은 그때를 기다리거나 상황을 적극적으로 만들기 위해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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