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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시재 인사이트 / 에너지변동 2] ‘美·日·濠 에너지 동맹’ 구축되고 있다 - 중 겨냥 ‘대륙 對 해양’ 구도 가속화

여시재 에너지 연구팀

2019.11.14

지난 6월 오사카에서 열린 G20정상회의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출처: 로이터연합뉴스)

석유의 시대가 저물어가고 가스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에너지의 수요-공급 체인에 근본적 변화가 생기는 지점에서 정치적 긴장과 갈등, 전쟁이 일어났다. 역사의 증언이다. 한-중-일 3국은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에너지 수요 지역이다. 여기에 동남아까지 성장하고 있다. 에너지의 대변동이 생길 수밖에 없다. 미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세계의 거대 에너지 공급자들이 아시아를 들여다보고 있다. 중국은 러시아 등으로부터 PNG(파이프라인천연가스) 도입을 늘릴 수 있다. 반면 북한에 의해 단절된 한국은 LNG(액화천연가스)로 갈 수밖에 없다. 일본은 더더욱 그렇다.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지금의 선택이 앞으로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다. 여시재는 ‘에너지 연구팀’을 구성, 이 변화에 담긴 의미를 추적해왔다. 그 내용을 다섯 번에 나눠 싣는다.

1. 가스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2. 미-러와 한-중-일-동남아의 에너지 각축
3. 동북아 가스허브, 왜 필요한가
4. 동북아의 가스허브 구축 경쟁
5. 한국의 가스허브 가능할 것인가

(여시재 에너지 연구팀)
김연규 / 한양대 교수,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개발전문위원회 위원
박희준 / 에너지 이노베이션 대표, 미 EQT 전 부사장
손지우 / SK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위원
이종헌 / S&P GLOBAL PLATTS 수석특파원
이대식 / 여시재 솔루션개발실장/솔루션2팀장

동아시아 에너지 도입先
서쪽에서 동쪽으로 대이동

에너지 지각변동은 이미 시작됐다. 그 중심엔 천연가스, 그중에서도 액화천연가스(LNG)가 있다. 미국이 셰일 혁명을 기반으로 LNG를 수출해야 하는 입장으로 바뀌었다. 러시아도 ‘우크라이나 리스크’라는 지정학적 이유 외에 시베리아와 북극해 LNG 개발로 LNG를 추가 수출해야 한다. 그 물량은 동아시아와 동남아로 향할 수 밖에 없다. 마침 중국과 인도, 동남아 경제의 급성장으로 이 지역의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한·중·일 3국과 동남아 국가들은 그동안 서쪽(카타르 등)에서 원유와 가스를 들여왔다. 도입항로인 페르시아만과 말래카해협에 대한 안보는 미국에 의존했다. 그러나 이젠 동쪽(미국과 러시아) 비중이 점점 커지게 된다. 이것은 말 그대로 근본적인 변화다. 앞으로 20~30년 동안 동아시아와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LNG 전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1편 ‘가스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참조)

미·러와 중·일 등은 몇 년 전부터 이미 이런 흐름을 감지하고 치열한 각축을 시작했다.

<미국과 러시아의 각축>

LNG 수요 증가분의 86%
아시아 지역이 차지
이 시장을 누가 차지할 것인가

아시아 지역은 2017~2030년 글로벌 LNG 수요 증가량의 86%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거대 시장을 누가 차지할 것인가.

미국은 셰일 혁명 성공으로 이미 에너지 순수출국으로 전환했다. 미국은 공급과잉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가스 생산설비를 지속적으로 확장함으로써 가스 가격을 떨어뜨리고 신규 수요를 창출하여 글로벌 가스산업의 파이를 키워가는 중이다. 미국의 LNG 수출은 2018년에 전년 대비 61%나 급증했다. 현재 건설 중인 설비가 완공되는 2020년엔 카타르를 제치고 1위 수출국으로 올라설 것이 확실시된다. 미국의 LNG 패권 장악도 머지않은 일로 볼 수 있다.

이에 맞서는 러시아는 기존의 PNG(파이프라인천연가스) 라인을 확대하는 동시에 북극해 등 신규 가스전 개발을 통해 LNG 수출 확대도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민영 회사인 노바텍을 필두로 북극 가스 개발을 진행 중이다. 노바텍의 첫 프로젝트인 야말 LNG는 2017년 말 LNG 생산을 개시했으며, 2018년 8월에 제2기, 11월에 제3기가 가동되기 시작했다. 4기 건설 계획도 세워져 있다. 2019년 6월 말 노바텍이 추진하는 북극권 제2 프로젝트인 ‘아크틱 LNG2’도 출자 합의가 완료됐다. 프랑스, 중국, 일본 기업들이 들어갔다.

러시아의 LNG 수출은 2018년 기준 1830만 톤 가량으로 그중 아시아 지역이 70%를 차지한다. 러시아가 북극 LNG 개발을 가속화할 수 있는 동력이 동아시아에서 나온다고 할 수 있다. 러시아는 이 LNG 수송을 위해 캄차트카에 환적항 건설을 진행 중이다. 여기에 일본을 끌어들였다.

<일본의 공격적 진출>

아시아 LNG 주도권
쥐기 위한 일본의 움직임

미국의 부상과 공급 초과로 가스 시장은 셀러스마켓(seller’s market)에서 바이어스마켓(buyer’s market)으로 전환중이다. 소비국가들 입장에서는 움직일 수 있는 공간, 다시 말해 시장을 유리한 방향으로 재편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는 셈이다. 그동안에는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극히 불리한 조건의 계약을 감수했다. 적정 가격 보다 돈을 더 내게 되는 ‘아시아 프리미엄’이라는 용어도 정착돼 있다.

일본은 반세기 동안 세계 최대 LNG 수입국이다. 일본의 최근 LNG 전략은 시장 구조의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다. 일본은 경제산업성 (METI)과 아시아태평양에너지연구센터(APERC) 주도로 2012년부터 매년 ‘LNG 생산자-소비자 컨퍼런스 (LNG Producer-Consumer Conference)’를 개최하여 생산자 위주의 경직된 LNG 거래시스템 혁파를 위한 국제협력 강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는 일본의 아시아 LNG 주도권을 위한 중요한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있다.

일본의 전략은 일본의 제조업기지가 중국에서 인도-아세안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일본은 과거 중국에 적극적으로 투자하여 생산기지 구축과 현지 시장 진출에 나서다가 2010년대에 들어 센가쿠 열도의 영유권을 놓고 중국과 대립하면서 경제, 외교관계가 크게 악화된 이후 아세안 인도 등 중국 이외의 지역에 생산기지를 추가 건설했다. 이른바 ‘차이나+One’이다.

한 가지 주목해야 할 대목은 일본과 동남아, 일본과 인도의 연계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2030년에 동남아 LNG 수입량은 일본의 70% 전후에 달해 일본, 중국, 인도와 세계 LNG 소비지의 4강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동남아시아 지역의 LNG 수요는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주도로 2015년 현재 900만 톤/년에서 2035년에는 7000만 톤/년으로 무려 7.8배 증가하면서 세계 LNG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5년 기준 5%에서 2035년에 21%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동남아시아의 LNG 수요 증대에 맞춰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일본 정부와 기업들이다.

일본의 동남아 LNG 거점은 필리핀

일본의 동남아 LNG 인프라 계획의 거점은 필리핀이다. 총 투자액만 2조 원이 넘는다. 일본 정부는 일본국제협력은행(JBIC)의 자금을 융통할 계획이다. 제안은 LNG의 조달과 가스 발전, 운영을 포괄하는 ‘패키지 형태’다.

일본과 인도는 중국이 ‘일대일로’를 통해 유럽과 아프리카 지역의 거대한 인프라 개발을 독점해가는 상황에 대항하기 위해 동남아, 이란, 스리랑카, 아프리카 전역에 걸쳐 다수의 인프라 협력 사업에 이미 착수했다. 인도-일본의 협력 계획은 아시아태평양에서 아프리카로 뻗어나가는 ‘자유회랑(Freedom Corridor)’ 사업의 일환이다. 이는 2016년 11월 인도 모디 총리가 일본을 방문해 일본 아베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아베 총리가 선언한 것이다.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해서 양국이 협력해 인프라 개발사업을 추진한다는 내용이다.

<일본의 러시아 헷징>

일본 끌어들이는 러시아
러 통해 중국 견제하는 일

일본의 범아시아 LNG 전략의 또 하나의 축은 러시아 북극 LNG 확보이다. 2013년부터 국영 가즈프롬社가 아닌 민간 노바텍社에 의해 추진되어 온 러시아의 북극 LNG 개발은 이제까지 한국 일본을 제외한 중국을 주된 파트너로 추진되어왔다. ‘야말 LNG’로 알려진 첫 번째 사업은 2017년 12월~2019년 4월 기간에는 유럽으로 수출되다가 2018년 4~9월 중국으로 수출되기 시작했다. 한국은 대우조선해양 (DSME)이 약 5조 원에 달하는 LNG 쇄빙선 15척을 건조해 중국의 국영 COSCO社 (China Ocean Shipping Company, 中国远洋运输)에 남품하는 방식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2019년 6월 러시아는 이제까지 중국 위주의 북극 LNG 전략을 수정해 일본의 개발 참여를 모색하게 된다. 일본의 북극 LNG 참여는 2가지 방식으로 전개되는데 첫째는 야말사업 이후 두 번째의 북극 사업인 ‘Arctic LNG 2’ 사업에 10% 지분 투자를 하는 것이고, 둘째는 북극의 얼음이 녹기 시작해 환적항으로 기능할 수 있는 아시아 쪽의 캄차트카 환적항과 유럽 쪽의 무르만스크 환적항에 대한 투자를 하는 것이다.

Arctic LNG 2 사업은 생각보다 빨리 진척되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이미 사업의 주요 장비와 건설사를 독일 지멘스, 이탈리아 사이펨, 터키의 르네상스중공업으로 지정하고 계약을 마쳤으며 곧 공사에 들어가 2023년이면 1950만 톤 가운데 1차로 660만 톤을 수출하게 된다. 이 사업에 일본이 10%의 지분 투자를 하는 내용의 공식 합의가 2019년 6월 28일 일본 오사카 G-20에서 푸틴과 아베 총리 사이에 이루어졌으며 2019년 9월 블라디보스톡 동방경제포럼에서 재확인되었다.

동시에 일본의 사이부가스와 큐슈전력 (Kyushu Electric Power Co)은 2018년부터 노바텍社와 캄차트카 환적항과 일본의 큐슈지역의 히비키 터미널(Hibiki Terminal)을 연계하는 논의를 해왔으며 히비키 터미널은 LNG 벙커링사업을 시범적으로 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미국에 대한 일본의 설득이 있었던 것으로 보는 게 합리적일 것이다.

<미-일-호주-인도의 연계>

1년 전 미-일-호 회동
일본 100억달러 투입 합의

일본의 범아시아 LNG 전략이 더욱 구체화되기 시작한 것은 미국의 트럼프 정부가 출범하면서부터다. 2017년 10월 18일 일본 도쿄에서 개최된 「제6차 LNG 생산국·소비국 컨퍼런스」에서 일본은 10조 원을 투자해 동남아 지역 LNG 인프라 구축과 해당 지역의 LNG 전문 인력을 양성하겠다고 발표하여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2018년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에 대한 미국의 대항마 성격의 정책인 ‘인도-태평양전략’이 구체화되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인도-아세안 지역의 에너지 교역과 LNG 인프라 구축을 핵심적 하부 전략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2018년 7월 미국의 인도-아세안 에너지 전략인 ‘아시아 엣지(Asia Edge)’가 폼페이오 국무장관에 의해 공식 발표되었다. 미국과 일본은 2017-2018년 여러 차례의 정부 간 회의를 통해 일본의 아시아 LNG 전략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간 연계를 통해 범아시아 지역 LNG 시장 확대를 위한 공동투자를 실행하기로 합의하였다.

2018년 11월 APEC 정상회의가 파푸아뉴기니(PNG)의 모레스비 항구에서 열렸다. APEC 회의를 전후하여 미국-일본의 ‘인도-태평양 파트너십’은 본격적으로 ‘일본-미국-호주’ 삼각동맹으로 확대되었다. 미·일·호 삼각동맹의 내용은 미·일 에너지 동맹의 연장선상에서 인도-아세안 지역의 LNG 인프라 구축 투자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비슷한 시기에 미국과 일본, 호주의 주요 정부 당국자들과 금융기관 대표들이 만났다. 세 나라는 동남아 국가들이 저장탱크, 항만 등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인프라를 갖출 수 있도록 자금을 지원하자고 합의했다. 일본 정부는 이 사업에 100억 달러(약 11조 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할 계획이다. 일본 정부는 여기에 도쿄 등에 LNG 거래소를 만들어 싱가포르를 대체하는 LNG 거래 시장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런 계획들은 모두 미국이 셰일가스를 수출하는 ‘에너지 밸류체인’ 구축의 일환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일본 입장에서는 북극-캄차트카-히비키-필리핀-아세안-인도로 이어지는 LNG 체인이 구축된다.

<중국은>

중, 머지 않아 LNG 수입 1위로

중국은 LNG 세계 2위 수입국가이다. 그러나 중국을 중심으로 놓고 보면 자체 생산분을 제외한 수입 의존도가 16%에 불과하다. 99%의 한국, 97%의 일본, 98%의 대만과 처지가 다르다. 중국은 또한 러시아와 투르크메니스탄으로부터 다량의 PNG를 들여오기로 했기 때문에 LNG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다.

하지만 중국의 LNG 도입량은 머지않은 시기에 1위로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이것만으로도 아시아 LNG 밸류체인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자세한 내용은 1편 참조)

지난 4일 태국 방콕에서 개최된 아세안+3 정상회의 모습 (출처: 청와대)

<한국은>

한국의 LNG 허브 가능할까?

한국은 가스공사를 중심으로 미국, 나이지리아, 모잠비크 등 새로운 공급처를 활발히 개발하고 있다. 민간 기업들도 치열한 경쟁을 뚫고 다양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에너지 문제를 국가 비전 차원에서 접근하는 역량에는 한계가 있다. 현재의 에너지 공기업 체제를 정비하여 공기업의 안정성을 바탕으로 한 민간기업과의 동반협력체제 구축이 필요하다. 신남방 지역의 LNG 인프라 구축과 LNG 시장 발전에 우리나라도 적극 참여하여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한국의 신남방 전략의 협력 방안을 적극 발굴해 나가야 한다.

더 나아가 한국에 LNG 허브를 구축하는 문제를 신중하게 논의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 이 시기를 놓치면 더 이상 기회가 없을 것이다.

한국의 구체적 전략에 대해서는 3편에서 다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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