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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시재 e핸드북 / 질병과 의료에 대한 쉬운 지식 ④] 2년 만에 0.3세↓, 미국인 기대수명은 왜 내려가고 있을까? - 100년간 눈부시게 발전한 현대의학, 이제 대변화의 지점에 다다랐다

여시재 미래의료 연구팀, 대표 저자 홍윤철 (서울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서울대 공공의료사업단장)

2020.03.04

(재)여시재가 2019년 한해 진행했던 연구 결과물 발신을 시작합니다. ‘미래의료’ ‘중국의 변화’ ‘도시순환과 황해오염’ ‘디지털이 바꾸는 세상’ 등 다양한 분야입니다. 그 첫 번째로 ‘미래의료’ 7편을 순차적으로 내보냅니다.

여시재는 그동안 서울대 의대 홍윤철(예방의학과) 교수 연구실과 함께 1년 동안 연구를 진행해 왔습니다. 인류 문명의 진화 속에서 질병이 어떻게 변해 왔는지, 앞으로 어떤 질병이 인류의 고통이 될 것인지, 디지털 기술은 의료를 어떻게 바꿀 수 있을 것인지, 건강하게 오래 일할 수 있는 미래 도시의 모델은 무엇인지, 1년 동안 많은 질문이 제기되었고 이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했습니다.

여시재는 연구 결과를 토대로 ‘질병과 의료에 대한 쉬운 지식’이라는 제목으로 별도의 연구서를 제작했습니다. 의학지식이 없어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썼습니다. 인간의 몸과 자연, 인간의 몸과 사회의 관계, 그리고 디지털 의료 기술의 혁신과 미래 의료에 관해 간편하면서도 일관된 시각을 갖기 원하신다면 일독을 권합니다. 전체 7편 중 1~4편은 역사 속의 질병과 의료, 5~7편은 우리가 본격적으로 맞이하고 있는 디지털 사회와 의료로 편성했습니다.

여시재는 앞으로 다른 과제에 대한 연구결과물도 순차적으로 내보낼 예정입니다. 모든 연구결과물은 ‘e-핸드북’ 형태로 발신됩니다. 하나의 주제에 대한 연재물을 모두 묶으면 특정 분야에 대한 종합적 지식을 담은 한 권의 책이 될 것입니다.

‘질병과 의료에 대한 쉬운 지식’ 연재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문명의 탄생과 질병의 시작(링크)
2. 도시, 질병의 극복과 새로운 문제(링크)
3. 새로운 질병의 탄생(링크)
4. 새로운 패러다임과 미래의 질병

5. 의료기술의 혁명적 진화
6. 미래의 새로운 의료 기준
7. 새로운 도시와 새로운 의료

<대표 저자 홍윤철>
1960년생.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가정의학, 예방의학,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였으며, 현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 및 서울대병원 공공보건의료사업단장으로 일하고 있다. 인간과 사회의 상호관계, 특히 환경적인 요인과 유전적인 요인이 생명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왔다. 국제저널에 300편 이상의 논문을 게재하였으며 현재 대한민국의학한림원과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의 정회원, 그리고 세계보건기구의 정책자문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질병의 탄생』과 『질병의 종식』이 있다.

<4편 요약문>
※ 4편 전문은 하단 첨부파일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의학기술 발전은
더 가속될 될 것

현대 의학은 20세기 들어 눈부시게 발전했다. ‘과학 기반 의학’이라는 개념이 완전히 자리 잡아 인류의 기대 수명이 2배 이상 늘어났다. 의학 기술 발전은 앞으로 더 가속화될 것이다.

그러나 현대 의학의 한계는 이 시점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인들의 기대 수명 하락이 증거 중의 하나다. 미국인 기대수명은 2014년 78.9세에서 2015년 78.7세로 0.2세 줄었고 그 이듬해 또다시 0.1세 줄어 78.6세가 됐다.

20세기 의학의 기본 모형은 ‘생의학적 모형’이다. 특정 원인이 특정 질병을 일으키기 때문에 서로 다른 질병은 독립적으로 치료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원인과 질병이 1 대 1로 대응한다는 것이다. 이는 전문성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기대 수명이 늘어나면서 노인인구도 급격히 늘었다.

인체와 환경의 불협화음에서
만성질환, 정신질환 발생

하지만 IT 혁명은 의학과 의료, 의학 교육의 미래까지도 통째로 바꾸어놓고 있다. ‘건강한 상태’가 무엇인가에 대한 개념적 정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건강과 질병은 환경적 조건과 인체의 관계를 두루 살펴보아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인체 시스템과 외부 환경이 조화와 균형을 이룬 상태가 ‘건강’이라면 그것이 깨진 상태가 질병이다. 인체와 환경의 불협화음에서 질병이 나오는 것이다. 고혈압, 당뇨, 심혈관질환처럼 20세기 후반 들어 급증한 만성질환, 그리고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은 이렇게 접근하지 않으면 관리도 치료도 어렵다. 질병을 일으키는 요인이 단일적이거나 획일적이지 않고 어떤 연속적 개념으로 봐야 하는 것이다.

세포 간 ‘평화협정’ 깬
반역 세포의 성장이 암

암이란 무엇인가? 각 개체는 세포의 연합체다. 이 연합체의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세포들에게는 ‘아포토시스(세포자살)’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그래야 새로운 세포가 생겨나 이전 세포들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연합체의 목적에 반기를 들어서 생기는 신체 현상이 암세포의 발생이다. 세포들 간에는 서로 자기를 억제함으로써 상생하는 협력과 조화의 체계가 있다. 그런데 이 협력에 의한 억제 기전이 풀려 마치 원시단세포 동물 수준의 분열과 증식을 하게 되면 암세포로 발전하게 된다. 조직 수준 혹은 개체 수준에서 보면 이는 평화협정을 깬 ‘반역 세포의 성장’이고 이것이 우리가 암이라 부르는 질병의 발생이다.

과학 기반 의료에서
플랫폼 기반 시스템 의학으로

IT의 발전은 ‘생의학적 모형’을 넘어 ‘시스템 의학’이라는 새로운 경지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시스템 의학은 의료 플랫폼으로 의료 정보를 통합하고 경제 교육 환경 교통 문제까지 함께 고려해 건강을 관리하고 처방하는 내용이다. 현재는 몸이 아프면 병원을 찾아 의사의 처방을 받는다. 이것은 환자 중심이 아니라 의사와 병원 중심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그 반대가 된다. 많은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개인의 타액, 피, 대·소변 정보를 실시간 체크함으로써 병의 근원을 관리하게 된다. 이것을 수행하는 기관은 지금의 병원이 아니라 지역별 커뮤니티센터가 된다. 의사들 중의 상당수도 이 커뮤니티센터를 통해 환자들을 살피는 주치의가 될 것이다. 이런 방식은 현재 미국이나 일본 같은 의료 선진국에서 노약자 위주로 일부 시도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것이 일반화 될 것이다.

의사들이 벌어들이는 수입도
환자 중심으로 바뀔 것

플랫폼 기반 시스템 의료 시스템에서는 의사들이 벌어들이는 수입도 바뀌게 될 것이다. 지금은 병원과 의사가 제공하는 의료서비스의 양에 따라 비용을 지불하는 ‘행위별 수가제’나 ‘인두제’에 기반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병원이나 의사가 건강을 개선시켜야 한다는 요인이 배제되어 있다. 앞으로는 ‘건강을 얼마나 잘 관리하느냐, 개선했느냐’라는 ‘가치’에 따라 비용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하게 될 것이다. 이를 어떻게 설계할지를 놓고서는 아직 논의가 진행 중이어서 구체적인 내용이 정착되는 데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미국 의료인 대상 설문조사에서는 10년 후 의료비의 절반이 가치 기반이 될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의료보험 체제에도 큰 변화가 불가피하다. 한 가지 명확한 것은 전체 의료비는 줄어들 것이라는 점이다.

플랫폼 기반 의료는
정치적으로 민주적이고
경제적으로 효율적이다

‘시스템 의료’ 하에서는 의사들에게 요구되는 자질이 변할 수밖에 없다. 대규모의 정보를 취합하고 분석하는 처리하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 환자 및 지역사회와의 커뮤니케이션 역량도 키워야 한다. 따라서 의과대학 커리큘럼도 바뀌어야 한다.

플랫폼 기반 시스템 의료는 정치적 측면에서 민주적이고 경제적 측면에서도 효율적이다.

의학과 의료 시스템도 혁명적 변화의 갈림길에 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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